2014.01.23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 최낙언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느꼈을 지 모르겠지만, 난 제목에서 약간의 거만함 또는 약간의 자신감을 느꼈다. 제목을 통해서 "난 맛이라는 것에 대해서 잘 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고, 더 나아가 맛의 바이블같은 느낌도 살짝 받았다. 그래서인지 내가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맛이라는 것에 통달해 있을 것이라는 착각도 들었다. 그렇게 해서 난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게 되었고, 읽은 후 내가 맛이라는 것에 통달해 있지는 않았지만 음식에 대한 호불호가 과학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으며, 이 깨달음에 대한 흐뭇함 비슷한 감정도 생겼다.

우리가 흔히 맛이라는 것에서 느끼는 것은 실제로 맛이 아니라 향이라는 것이 아마도 이 책의 핵심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리고, 그 이유를 설명하고 본격적으로 향에 대해서 이야기를 풀어 간다. 즉, 이 책은 실제로 맛에 대한 것이라기 보다는 향에 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이미 제목에도 Flavor라고 큼지막하게 써 놓았다.

실제로 우리가 느낄 수 있는 맛은 다섯가지, 즉, 단맛, 쓴맛, 짠맛, 신맛, 감칠맛 밖에 없고, 그럼에도 우리가 여러 가지 음식에 대해서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 것은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풍미라고 불리우는 것, 이것이 진정한 맛의 정체이다. 핵심이라 한 번 더 언급해 본다.

향을 논하기 전에 실제로 맛에 대해서도 언급해 놓았는데, 그 중 흥미로웠던 대목은 맛과 음식 안전성의 관계다. 유아기때는 주로 단맛을 선호하지만, 점차 나이가 들면서 쓴맛이 나는 음식들도 먹게 되는데, 이것은 대체적으로 세상에 있는 음식들 중에서 단것이 몸에 좋고 쓴것이 몸에 나쁘기에 우리 인류가 이에 적합하게 진화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학습을 통해서 쓰면서도 몸에 (대체로) 해롭지 않은 음식을 배움으로써, 우리는 커피같은 쓴맛도 즐길 줄 알게 된다. 즉, 유아기때 단맛을 좋아하는 것은 정상적인 진화의 결과물인 셈이다. 쓴맛과 마찬가지로 신맛이 나는 음식도 부패라는 측면에서 주의해야 하는 맛, 그래서 부패한 음식과 발효된 음식을 구별할 수 있는 성인이 된 후에야 제대로 신맛을 즐길 수 있다. 신맛나는 커피를 여전히 싫어하는 걸 보면 난 아직도 유아기적 입맛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기도... 쓴맛은 좋아하는데... 음...

또 다른 한 가지는 Salary라는 단어가 원래는 소금을 급료로 받으면서 유래한 단어라는 것, Sauce, Salsa, Sausage, Salami같은 말들도 마찬가지. 짠맛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예시도 없을 듯하다.

향에 대해서는 워낙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모여 있어 다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저자가 강력하게 주장하는 것 중에 하나가 바로 합성향이 자연향에 비해서 인체에 해로운 것이 절대 아니라는 점이다. 합성향이든 자연향이든 인체는 똑같이 받아 들이고, 오히려 합성향에 대해서 각 국가의 정부가 잘 통제/관리하기 때문에 합성향이라고 터부시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감칠맛을 내는 미원이나 다시다 같은 조미료에 대해 막연히 몸에 해롭다고 생각하는 것은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편견에 불과하다. 나도 꽤나 조미료 넣은 음식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요즘에는 이런 편견에서 대체로 자유로워진 편이다. 그럼에도, 난 여전히 미원을 많이 넣어서 뭔기 미원스러운 맛을 내는 국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분명 멸치나 대구같은 걸 우려서 끓은 국물과는 차이점이 있다.

뭐 책 내용 소개는 이 정도로 하고, 결론적으로 난 이 책이 참 반갑다. 난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돌아다니는 걸 꽤나 좋아하는 (거의 일종의 취미가 되어 버린) 부류로서, 가끔 내가 왜 이런 맛을 좋아할까라는 선호도에 대한 근원적 궁금증이 있었는데, 이 책은 이러한 나의 궁금증을 많이 해소시켜 준 것 같다. 또한,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수많은 잘못된 지식 속에서 옳바른 지식을 판별하지 못해 고뇌하던 나에게 단비같은 책이었다. 물론, 이 저자의 말은 어찌 믿냐고 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맛과 향의 화학적 구조까지 들어가며 설명을 하는데 설득을 안당할 재간이 없다.

by 이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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