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해 사진전, 다른길 @세종문화회관 with 웹디동

지난 금요일에 보기로 하였으나 발렌타인데이 바가지를 피하기 위해서 어렵게어렵게 두 분의 스케줄을 조정하여 오늘로 약속을 옮겼다. 그리하여, 오늘에서야 박노해 사진전, "다른길"을 관람하러 세종문화회관에 모였다. 늘 그렇듯 나는 또 지각! ㅎㅎㅎ 그나저나 일요일에 종각역에 내리니가 왠지 출근하는 기분이고 우울해... ㅠ.ㅠ

부끄럽지만 난 박노해라는 사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사진전을 감상한 꼴이 되었다. 물론, 박노해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으니 어디에선가 들었을 터, 그러나 모른다고 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민웅이형이 가자고 제안했고 표도 구해왔기에 별로 사전검색같은 것도 안하고 알아서 좋은 사진전 보여주겠거니 했고, 그저 유명한 사진작가인 줄만 알았다.

어린 양을 등에 업고
내가 마음에 들어 했던 몇 안되는 사진들 중 하나, 난 인간보다 (귀여워 보이는) 동물에 대한 동정심이 더 많은 것 같다

사진들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상당히 무거웠다. 속물적인 잣대로 사진들의 주제를 이야기 하자면, 대체로 빈국의 빈자들의 삶을 담아 왔다고 보면 된다. 이런 주제는 사실 내가 꽤 싫어하는 것으로, 왠지 이들의 삶은 이렇게 각박하고 절박한데 이 사진을 보고 있는 당신은 이들을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묻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별로 편하지 않다.

이 사진들이 각각 의미가 있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사진 자체로만 평가를 해보자면 썩 잘찍은 사진만 전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구도상으로 꽤나 어설픈 사진들도 많았고, 어디다 초점을 맞추고 감상해야 하는지 애매한 사진들도 많았다. 아마추어인 내가 봐도 이러할진데 프로들이 보면 과연 어떠한 평가를 내릴 지 모를 일이다.

난 사진전이라는 전시회에 기대하는 것이 내적으로나 외적으로나 모두 일정수준 이상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면에서 보자면, 이번 박노해 사진전은 그다지 훌륭한 사진전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이번 사진전을 주최하는 단체가 나눔문화재단이라고 하는 곳인데, 민웅형이 활동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민웅형에게 인사하는 사람이 어찌나 많은지 민웅형이 뭔가 나눔문화재단의 고위급 인사같은 느낌이 들었다. 민웅이형 말로는 여기 분위기가 원래 크던작던 후원자에게 깎듯하다고... 생각해보면 주최가 나눔문화재단이라고 했을 때부터, 나와 이 사진전은 잘 안맞을 운명이었다.

결론적으로, 이 사진전은 혁명가이자 시인인 박노해씨에 대한 존경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꽤나 멋진 전시회일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저 그런 우중충한 전시일 것이다. 물론, 난 후자에 속한다.

박노해라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게된 바로 그 장소
난 이 모서리에서 심이누나에게 왜 박노해라는 사람이 정부의 미움을 받은거야?라고 물었다. 창피하네... ㅎㅎ

그나마 나에게 긍정적인 점이라면 어디에선가 들을 지도 모를 "박노해 시인을 모른단 말이야?"라는 (나의 무식함을 경멸하는) 비판을 피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사진전이 아니었다면 내 성향상 죽을 때까지 박노해 시인을 모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