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치당하고 싶은 여자』 우타노 쇼고

꽤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나온 우타노 쇼고라는 일본작가의 추리소설 『납치당하고 싶은 여자』, 누가 지은 지는 모르지만 책 제목하나는 정말 잘 지었다고 칭찬해 주고 싶다. 책을 보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그리고, 살짝 건네듯이 책의 내용을 알려준다. 납치극을 펼치고 거금을 받기로 하였는데, 납치한 여자가 죽어 버렸다는...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책을 안 볼 수가 없었다.

조금 더 정확히 전반부 내용을 소개하자면 이렇다. 별 볼 일 없는 심부름센터 소장인 주인공에게 부유한 커피 프렌차이즈 사장의 사모님이 납치를 해달라며 찾아오고, 망설임 끝에 경마로 진 빚도 갚을 요량으로 이 사모님을 납치해 버리고, 사모님에게는 납치를 해줬다는 이유로 댓가를 받고, 납치극을 벌이며 남편쪽으로도 돈을 뜯어 낸다. 이런 행운이 어디 있는가! 그런데, 그런데, 납치한 사모님이 죽었다?

납치라는 다소 진부하면서도 늘 우리 곁에 머무른 소재, 하지만, 이 소재를 살짝 변형하여 꽤 신선하게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러나, 딱 여기까지다. 그 이후에는 '뭐얏, 이런거였어?'라는 실망감, 기대에 부푼 스릴이 풍선처럼 순식간에 꺼져 버리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진부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였다. 장르가 추리소설인지라 스포일러를 지양하겠지만, 이걸 뭐 딱히 스포일러라고 말하기도 좀 그렇고... 우타노 쇼고는 일본에서 촉망받는 추리소설가라고 하던데, 딱 촉망만 받고 끝날 것 같다.

뭐 독자마다 추리소설의 평가기준이 다르긴 하겠지만, 나에게 훌륭한 추리소설이란, 전개 과정에서 독자에게 무한한 힌트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독자가 예상할 수 없는 결말을 만들어 내는 이야기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 보자면, 『납치당하고 싶은 여자』는 그다지 힌트같은 걸 주지 않았다. 중반부 쯤에 갑자기 속사정은 이러하다라고 서술하듯 주인공의 입을 통해 사건을 마무리 지어 버린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