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 스기모토 사진전, 사유하는 사진 @리움미술관

미술 관련 월간지에서 홍보하는 내용을 보고 점찍어 놓은 전시회인데, 이제서야 방문을 하게 되었다. 히로시 스기모토 사진전. 사유하는 사진이라는 부제가 붙어서 살짝 고민했다. 사진이 너무 추상적이면 어쩌나... 아니나 다를까 사진들은 상당히(?) 추상적이었다. 추상적이다 못해 사진이 잉여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모든 예술작품이 잉여력을 통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겠지만, 이 사진은 유난히 그 잉여적인 느낌을 강렬히 뿜어 내고 있다. 너무나 심심해서 이런 표현이 될 때까지 만들어 보는 그런 느낌... 아... 제대로 표현을 못하니 계속 느낌, 느낌, 느낌만 남발하는구나.

사진들이 대부분 모노톤이거나 매우 채도가 낮아서 단조로운 느낌이 든다. 아마도 내가 잉여롭다고 느꼈던 것은 이런 모노톤이나 낮은 채도에 원인이 있을 지도 모르겠다. 말 그대로 사유하기는 좋은 사진인 듯하다.

리움미술관을 방문할 때는 전시회 자체보다는 모던한 리움미술관 자체에 매력을 느낀 적이 한 두번이 아닌데, 오늘은 특히 그러했다. 모노톤의 사진들이 리움미술관의 현대적이면서도 단아한 모습을 대비적으로 잘 살려 주었다... 고 하면 작가에 대한 모독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느낀 바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는데, 헨리8세와 왕비들의 사진을 보면 헨리가 의외로 뚱둥하게 묘사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난 영국 드라마 튜더스의 영향을 받아서 탄탄한 근육을 가진 남자로 생각해 왔는데, 알고 보니 뚱땡이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