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애나

흔히들 말하는 극장에 가서 봐야 하는 영화, 즉, 스케일이 커서 엄청난 스펙타클을 제공할 수 있는 영화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극장을 찾은 것은 아마도 두 가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첫번째는 나오미 왓츠Naomi Watts에 대한 선호. 2005년 킹콩을 보면서부터 그녀의 팬이 된 난 그 동안 나오미 왓츠가 나온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그녀의 작품 선택 취향이 한국정서에 맞지 않는 영화가 많아서 였을 지도 모르고, 내 취향과 맞지 않아서였을 지도 모르겠지만, 결과적으로 킹콩 이후에 그녀가 나온 영화를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번째로 영국 왕실에 대한 나의 호기심. 지금은 케이트 미들턴Kate Middleton의 시대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영국 왕실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마도 작고한 다이애나비가 아닐까.

나오미 왓츠가 영국출신이기는 하지만, 다이애나비 역에 그녀가 적당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었다. 매우 단순한 이유기는 하지만 나오미 왓츠가 항상 긴 머리의 이미지만 보여줬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말 단순하다. ㅎㅎ 그런데, 나오미 왓츠가 다이애나비로 분장한 모습의 예고편을 본 순간, 다이애나 같으면서도 다이애나보다 더 이쁜 여자가 보였다. 역시 배우는 배우구나라는 생각을 한다.

이 영화의 장르를 뭐라고 해야 할 지, 역사극인지 드라마인지 잘 모르겠지만, 난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라는 느낌으로 보고 있었다. 이미 결론은 다 알고 있다는 측면에서 역사극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영화에서는 극적인 색채가 크게 드러나지 않고, 오히려 무미 건조하고 집요하게 카메라가 그녀의 일상을 쫓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다큐멘터리 같다는 생각을 한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영화 중에서 궁금했던 것은 역시나 파키스탄 출신의 의사와 사랑에 빠진 것이었는데, 이것이 전형적인 영국 여자들의 취향인지 다이애나 비만의 취향인지 궁금하다. 대사 중에는 그가 자신을 "퀸"으로 의식하지 않아서 좋다라는 뉘앙스로 이야기하긴 했는데, 좀 궁금하다. 대체적으로 아시아 남자들이 영국 여자에게 인기가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않기에...

또 다른 궁금점 하나는, 나오미 왓츠의 영국 악센트가 왠지 어색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분명 그녀는 영국출신인데, 특유의 브리티쉬 악센트가 다소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오랫동안 영국을 떠나 미국에서 활동을 했기 때문인지, 아니면 고 다이에나 비의 억양을 따라해야 하는 극중 상황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다소 맥아리가 없어 보이는 악센트였다.

전반적으로, 영화가 그렇게 호쾌하거나 스릴이 넘치지는 않는다. 이미 결과는 스포일러인지 아닌지를 논할 필요도 없이 정해져 있는 것이고, 또, 그런 장르도 아니다. 그저, 고 다이애나 비의 비참함, 즉,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는 사람이 느끼는 외로움에 대한 영화이고, 그 외로움으로 인한 일탈(?)과 끝이 주는 아련함을 잘 반영하면 그저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영화니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