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의 고백』 조지 소로스

워낙에 유명한 조지 소로스이기에 딱히 그에 대한 수식어를 말할 필요는 없을 것같다. 그런데, 워낙에 유명한 그 많은 그의 업적(?)들에 가려 있었던 그의 철학, 투자 철학 뿐만 아니라 조지 소로스라는 사람의 인생 철학이 담겨 있는 책이 나왔는데, 그것이 바로 『억만장자의 고백』이다. 책 제목과는 별개로 이 책의 구성은 그의 설립한 대학인 유럽중부대학에서 스스로 강단에 올라가 연설한 강연을 묶어서 책으로 출간한 것이다.

책이 생각보다 심오하여 내가 다 이해했는지 그렇지 않은지 조차 파악하기 힘들었는데, 우선 금융시장에 대한 그의 두 가지 견해는 꽤나 흥미로웠고, 앞으로도 마음에 새기면서 트레이딩에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정도로 임펙트있는 내용이었다. 그 첫번째는 시장 가격이 항상 펀더멘탈을 왜곡한다는 것이었다. 효율적 시장가설를 둘러싼 논란에 대한 제 3의 답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결국 시장가격이 실제가치를 반영하느냐 반영할 때도 있느냐 같은 논란을 넘어 시장가격 자체가 실제가치 자체를 변화시킬 수 있다라는 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두번째는 금융 시장이 시장의 현실을 반영는 것은 물론이고, 이를 넘어서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치는 적극적인 역할도 담당한다는 것이다. 첫번째 견해의 확장판같은 말로 들리긴 하는데, 두번째 견해라는 것은 금융시장의 재귀성을 설명하는 것으로 난 이해하였다. 그의 말로는 요즘 유행하는 행동경제학마저도 금융시장의 재귀성을 완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그가 보는 호황이 불황으로 반전되는 거품 이론에 대한 언급이 되어 있는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거품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고 이는 추세와 그 추세에 대한 착각이며, 추세와 착각이 서로 작용하면서 강해지면 거품이 형성된다. 그리고, 이 추세는 때가 되면 부정적 피드백으로 검증을 받게 되고, 이를 통과하면 다시 추세와 착각이 강화, 이 과정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시장에 대한 기대가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있다라고 시장 참여자들이 느끼기 시작하면서 의심이 자라나며 그래도 일정 기간 동안은 이 추세가 관성에 의해서 계속 유지된다. 이러다가 추세가 반전되는 시점에 도달하면 반대 방향으로 추세와 착각이 서로 작용하며 반대방향으로 자기강화가 진행된다.

아마도 내가 차트를 뚫어져라 살펴보며 찾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 위에서 언급한 거품이 터질 시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언급하자면, 그는 유로존에서의 독일이 자국이기주의를 버리고 유럽을 위하여 대인배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그 명분으로 독일이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 후에 배상금을 탕감받았다는 사실을 언급했다. 생각해보니, 세계, 특히 유럽은 독일을 두 번이나 용서해 주었던 역사가 있었다. 그리스한테 돈 안갚는다고 추심들어갈 입장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별 생각없이 첫장을 열지만, 마지막 장을 읽을 때는 정말 심오한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한 느낌이 드는 책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