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아

크리스찬이 아닌지라 지례 종교적 색체가 있을 것이라 생각해서 큰 기대를 안하고 갔는데, 생각보다 종교적인 색체는 별로 없었을 뿐더러, 다 아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스릴이 느껴졌다. 심지어, 이 영화가 싸이코 스릴러라는 장르에 속할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했다.

캐스팅은 꽤 화려하다. 노아역에는 러셀 크로Russell Crowe, 그의 아내인 역에는 제니퍼 코넬리Jennifer Connelly, 그리고 일라Ila 역에 엠마 왓슨Emma Watson 까지 등장한다. 우선, 러셀 크로가 나오니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엠마 왓슨이 나오니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캐스팅이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에서 벗어 나지는 않는다. 창조주가 인간의 타락에 노하여 노아에게 큰 비를 내릴 것을 계시한 후에, 노아는 세상에 있는 동식물 한쌍씩을 태울 엄청나게 큰 배를 만들고, 계시대로 큰 비가 내려 세상이 물에 잠기게 되고, 인간들이 싹슬이 된 세상이 다시 시작된다. 내가 아는 것은 여기까지 그 계획, 즉 동식물 한쌍씩에 인간이 포함 되었는지 아닌지는 잘 모르겠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바로 이 부분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과연 인간의 타락에 노하여 시작된 창조주의 계획인데, 그 다음 세상에 인간이 포함되어야 할 것인가!

내가 이 영화를 기대했던 것과 달리 높이 평가하는 이유는 이 영화를 노아의 관점과 노아의 가족 관점에서 모두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 관점의 차이는 갈등을 빚고 이는 관객에게 긴장감으로 전달된다. 만약 천지창조라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아마 노아는 종교에 빠져들어 인류를 파멸로 몰고간 미치광이라고 간주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만 그렇게 느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영화에서는 그를 그런 미치광의의 시선으로 바라보게끔 만든다. 자신의 손자까지도 죽여야 하는 극단까지 몰고 가는 것이 그 예이다.

그런데, 전체적인 진행과는 별개로 내 가슴을 후벼파는 대사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노아의 둘째 아들이 울먹이며 한 말이었다. "동물들은 다 짝이 있고, 아버지에게는 어머니가 계시고, 형에게는 일라가 있는데, 저에게는 무엇이 있나요?"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