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

한국에 국한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캡틴 아메리카는 마블 코믹스 시리즈 중에서 가장 인기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가장 인기있는 캐릭터로 대부분 아이언맨을 지목한다. 헐크나 토르 심지어 토르 동생을 지목하는 사람을 봤지만, 이제까지 캡틴 아메리카를 지목한 사람은 한 번도 본적이 없다. 메인 캐릭터가 아닌 블랙위도우나 호크아이를 지목한 사람들도 많은데...

사실 캡틴 아메리카 첫편은 어벤저스가 탄생하기 위해, 또한 캡틴 아메리카라는 캐릭터가 태어나는 영화이기 때문에 꽤나 중요했음에도 참담하게 지루했다. 그런데, 이번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는 스토리가 꽤 복잡하다. 복잡한 것이 좋은 스토리냐고 물어 본다면 마냥 예스라고 대답할 수는 없겠지만, SF액션 영화를 만들면서 스토리에 이정도까지 신경을 쓴 경우는 별로 없었던 지라 색다르다는 느낌을 받긴 했다. 단순한 선과 악의 대결이 아니라 선이라고 생각했던 진영이 사실은 악이었다라거나 선이라고 꼭 선은 아니라는 식의 이야기도 펼쳐진다. 물론, 이런 탄탄한 스토리는 마블코믹스 만화의 원작때문인데, 액션 영화임에도 이렇게까지 정교하게 이야기를 엮어 놓으니 꽤 볼만하다.

이미 어벤저스나 마블코믹스 영화를 본 사람들은 인지하고 있겠지만, 캡틴 아메리카가 다른 어벤저스 영웅들에 비하면 강한 캐릭터는 아니다. 그래서, 영화가 스펙타클하지는 않았다. 아마도, 지루함을 느꼈다면 액션 영화임에도 액션이 재미가 없다라는 것이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 캡킨 아메리카: 윈터솔져는 액션이라는 측면에서도 꽤나 훌륭하다. 스펙타클하게 대륙을 갈라 버리는 액션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의 근접 전투씬이 화려하게 펼쳐 진다. 캡틴 아메리카가 다루기 쉬운(?) 수준의 적들이 배치되어 있기에 가능한 이야기다. 여전히 난 총을 들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방패를 던지는 이 말도 안되는 컨셉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이 말도 안되는 컨셉때문에 총싸움이 아니라 격투씬이 이뤄지게 된다. 엘리베이터 격투씬은 이번 영화의 백미이다. 캡틴 아메리카가 활약할 상황을 어찌나 잘 생각해서 연출해 놓았던지...

고리타분한 군인아저씨 이야기가 지겹다면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이 분한 블랙 위도우에 시선을 옮겨도 된다. 나 또한 캡틴 아메리카보다 블랙 위도우에 더 관심을 두고 보게 되었다. 남자는 어쩔 수 없나보다. 실제로도 중요한 일은 블랙 위도우가 더 많이 하는 것같다. 재주는 캡틴 아메리카가 부리고 알맹이는 블랙 위도우가 다 빼간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