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막걸리의 매력에 빠지다 @느린마을양조장 술펍 with 마이존

Theresa가 얼마 전부터 마이존 화요일 벙개를 하자면서 분위기를 조성하더니 정말 벙개를 했다. 공지까지 올렸으니 엄밀히 말하면 벙개는 아니지만서도... 난 벙개는 잘 안가는 편이지만 여러모로 가야할 상황이라 쭈삣쭈삣 갔는데... 그런데, 정말 색다른 맛을 보게 되었다.

막걸리의 단맛을 위해서 아스파탐이라는 물질을 넣는데 이것이 두통의 원인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내가 막걸리를 싫어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먹고나서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다. 엄청난 편두통에 시달리고 나면 굳이 내가 이정도 맛을 즐기려고 이 고통을 감수해야 하나라는 반발심이 생긴다. 주류를 그리 즐기는 편도 아닌지라 막걸리 "따위" 그냥 포기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뒤풀이 장소는 배상면주가에서 운영하는 느린마을양조장 술펍이라는 곳인데 우리가 간 곳은 양재점이었다. 아마도 여기가 본점으로 직접 술을 빚는 곳은 여기이고 다른 지점은 여기서 빚은 술을 가져다가 파는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막걸리를 숙성기간에 따라 봄, 여름, 가을, 겨울로 상품화하여 팔고 있는데, Theresa가 선택한 건 봄, 가장 어린 막걸리로 담근 뒤에 하루이틀 정도만 숙성시켜서 내온다. Theresa도 내가 막걸리 별로 안좋아하는 걸 알고 있기에 그냥 맛만 보라고 조금만 따라 준다. 그래서, 정말 맛만 보려고 살짝 마셔봤는데... 어라? 이거 진하다. 내가 평소에 막걸리 맛이라고 알고 있던 그런 맛이 아니다. 우선 바디감이 엄청나다. 진국이다. 와인으로 치면 까쇼라고나 할까, 아니 까쇼 이상의 바디감이다.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신맛이 나지 않는다. 나도 모르게 마구마구 마셨다.

다른 곳보다 안주가 좀 비싸다고 하는데, 비싼 값을 하는 퀄리티 있는 안주가 나온다. 보쌈을 주문했는데 수육의 식감이 독특하다. 보통 수육은 부들부들한데 여기 나오는 수육은 좀 거칠다. 그런데, 맛있다. 흔히들 수육을 먹으면서 아쉬운 고기씹는 맛도 느끼게 해주면서 질기지 않은 그 지점을 찾은 것같다. 물론, 난 부드러운 수육도 잘 먹지만... ㅎㅎㅎ

다른 술도 다양하게 주문해서 맛을 보았는데, 빙탄주라는 이름을 가진 술이 기억에 남는다. 인위적으로 탄산을 집어 넣어서 이름을 이렇게 지은 것 같은데, 마치 예전 인기리에 판매되었던 써니텐같은 맛이 난다.

Theresa가 벙개 주동자(?)라 가장 빨리 와서 뻘쭘하게 8인석을 혼자 차지하고 앉아 있다가 내가 왔고, 그 다음 예빈이와 택구가 와서 함께 사진을 한장 남겨 본다. Jennifer와 경락이 형님은 좀 늦어서 사진에서 찾을 수가 없다. 같이 찍으면 좋겠지만 이 두 사람이 도착할 즈음에는 우리 얼굴이 다 시뻘겋게 변해 있을 듯하여... ㅎㅎ

신기한 건, 집에 와서도 머리가 아프지 않다는 것이다. 보통 먹고나서 한 두시간 안에 통증이 시작되는데... (막걸리에 이런 표현이 적당한 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깔끔하다. 막걸리가 이렇게 맛있을 수 있다는 걸 알게된 날이다. 다음에는 "여름"에도 한 번 도전을 해볼까나...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