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그램 13ZD940-GX30K

한동안 걱정하지 않아도 될 업무용 노트북이 필요하게 되었다. 집에 가지고 있는 노트북은 이미 6년전에 구입한 것으로 CPU 성능은 그럭저럭 쓸만하지만 여러 가지 레거시한 부품들 때문에 호환성이 그리 좋지 않기도 하거니와 이미 집에서 엄마와 동생의 친근한 장난감이 되어 있는지라 일한다며 이걸 가지고 나오기에는 좀 뭐했다. 그래서 장만한 노트북이 LG 그램이라는 제품이다. 무게가 1kg이 채 되지 않는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라고 한다.

CPU나 운영체제 탑재 여부에 따라서 모델명이 몇 가지 있긴 한데, 내가 구매한 13ZD940-GX30K 모델은 인텔 i3-4005U 프로세서를 탑재하고 운영체제는 미포함 제품이다. 가장 인기가 좋은 것은 i5-4200U CPU가 들어 있는 것인데 처음에는 나도 이걸로 구매하려다가 계속 배송이 지연되길래, 어차피 모바일용 CPU는 i5도 듀얼코어에다가 그냥 터보부스트 기능만 추가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럭저럭 재고가 있는 i3 제품으로 구매를 하였다. 통풍될 구멍도 별로 없는지라 CPU 성능 좀 낮은 것이 오히려 낫다는 생각도 들었고, CPU 성능차이에 비해서 가격차이가 좀 크다는 것도 작용하였다. 구입 후에 벤치마크를 보니 CPU의 성능은 내가 6년전에 구입한 노트북보다 한 30%정도 좋아진 듯하다. 흘러간 세월에 비해서 그리 큰 변화는 아니다. 6년전 노트북을 구매했을 때는 고성능에 포커스를 맞췄고 지금은 얼마나 가벼운가에 초점을 맞춰 구매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잠깐 써보니 대체적으로 성능상의 불만은 없다. 요즘은 내장형 그래픽카드도 꽤 좋아져서 게임할 거 아니면 이 정도면 충분하다.

외관은 꽤 괜찮다. 울트라북이라는 형태로 나오는 노트북들이 다들 이쁘게 잘 빠지기도 했지만, LG 그램은 새하얀 유광 플라스틱으로 표면을 처리해 놓아서 꽤 눈에 띤다. 부실해 보이는 곳이 별로 없다. 다만, 열었을 때, 화면 밑에 LG 마크 새겨 놓을 자리를 마련하느라 상하 프레임의 밸런스가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일 것이다. 모서리가 직각이면 그나마 괜찮겠는데 라운드 처리된 프레임에 화면이 위쪽으로 쏠려 있으니 심미적으로 좀 보기가 좋지 않다. 좌우 프레임은 매우 좁게 잘 만들었다.

화면에서 줄이 보인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자주 올라오곤 하였는데, 3월 생산품은 괜찮다고 하여 그냥 믿고 샀다. 역시 그런 줄이 보이지는 않는다. 또 하나의 이슈가 레거시한 무선랜 공유기와 궁합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인데, 인텔 무선랜 드라이버를 직접 받아서 깔아서 그런지 별 문제 없어 보였다.

확장성 면에서는 아무래도 무게를 줄이려고 좀 포기한 것들이 있는데, 내가 필요한 기능은 기가비트 유선랜이 빠졌다는 것, 평소 대 노트북에 유선랜을 꼽아서 쓸 일이 있겠냐마는, 일할 때는 유선랜으로 해야할 것 같은데, 유선랜 자체가 아예 안들어가 있어서 USB3.0 포트에 꽂아서 쓸 외장 랜카드를 구입해야 한다. 10Mbps 용으로 제공해주기는 한다. 나중에 1Gbps 용으로 구입을 해야 겠다.

역시 노트북이 가볍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13.3인치 스펙에서 이렇게 만들기도 쉽지 않을텐데 오랜만에 LG전자가 꽤 괜찮은 제품을 출시한 것 같다. 성능이 요즘 고사양 노트북에 비해서는 좀 쳐지기는 하지만, 그리 부하가 많이 걸리지 않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용으로 사용하면서 종종 영화나 드라마 보는 정도에 그칠 예정이라 충분하리라 믿는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