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버전트

종말문학, 풀어서 이야기하자면 미래에 세계가 멸망하는 또는 멸망 후의 인류를 그린 이야기를 말하는데, 내가 꽤 좋아하는 장르중에 하나이다. SF물도 좋아하지만 종말문학은 너무 사이버틱하지 않아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도 전반적으로 흐르는 침울하거나 또는 너무 정상적이어서 도리어 어색한 그 특유의 분위기, 난 그런 분위기를 좋아한다.

이번에 개봉한 다이버전트Divergent도 이런 장르에 속한다. SF장르에 속해 있지만 흔히 상상하는 그런 SF가 아닌 영화이다. 현지에서는 헝거게임과 많이 비교되고 있는 듯하다. 인류는 제대로 한 판 붙어서 거의 폐망직전에 이른 후에, 시카고만 겨우 복구시켜서 터를 잡고 살아간다. 이들은 시민들을 재능에 따라 다섯가지로 분류해놓고 평생 분류된 사람들끼리만 살아가는 법을 정했는데, 그 다섯가지란 평화의 아미티Amity, 희생과 봉사의 애브니게이션Abnegation, 용기의 돈트리스Dauntless, 정직의 칸도르Candor, 지식의 에루다이트Erudite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 다섯가지 분파에 속하지 못하고 그냥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지금으로 치자면 노숙자들 정도로 표현되어 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이 다섯가지 분파에 속하지 않으면서 이 다섯가지 재능을 모두 가지고 있는 존재들이다. 원작 소설을 읽지 않고 영화만으로는 판단하기가 힘들지만, 아마도 통제의 용이성 때문에 시민들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 다이버전트들에게 적대적인 분파와 다이버전트들이 대결구도를 만들어 간다. 기회가 되면 원작 소설을 읽어봐야겠다.

주인공인 다이버전트 트리스Tris로 나온 쉐일린 우들리Shailene Woodley는 참 똘망똘망한 아이로 등장하는데,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약간 노안인 듯 하면서도 에너지가 넘친다. 다른 영화에서 이 아이를 본 적이 없어서 뭐라 평하기는 이르지만, 헐리우드에서 서서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듯하다. 머리통이 너무 이쁘다. ㅋㅋ

반면에 케이트 윈슬렛Kate Winslet도 등장하는데, 난 비교적 많은 그녀의 비중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그녀를 알아 보지 못했다. 영화 스케줄을 잡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오랜만에 케이트 윈슬렛을 보려나 하고 있었는데, 너무 오랜만이었던지 보면서도 인지를 못했다.

니키타를 보면서 낯이 익은 매기 큐Magie Q도 등장하여 살짝 반가움이... 그러나 비중이 그리 높지는 않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