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 그리고 나

가방이 끊어진 관계로 토요일부터 예전 학교다닐 때, 학생회에서 실시하는 무슨 설문을 응하고 받은 클리어파일(?)을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굳이 이런 거 돈주고 사지 않기에 가지고 다닐 것이 이것 밖에 없다.

이 클리어파일에는 학교 마크와 한자로 仁何大學校라고 씌여 있다. 학교마크는 작아서 인하대학생이 아니면 볼 수 없을 것이고, 학교이름은 한자로 씌여 있어서 내 또래 아이들은 상당수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이 마크가 되도록 보이지 않게 들고 다닌다. 왜 난 이 마크와 글귀를 창피해 할까로 잠깐 고민해 보았는데, 답은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인하대학교보다 더 좋은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이 이 마크를 보면, 나를 우습게 여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또 다른 하나는 나보다 더 나쁜 학교를 다니는 사람들이 아 마크를 봄으로 인해서 나를 학교 자랑하는 꼴불견이라고 여길것이라는 생각때문이다.

추가합격으로 붙은 주제에 나라는 인간도 참 모교에 대해서 불만이 많다. 더 정확히 말하면, 모교의 브랜드 가치에 불만이 많은 거겠지. 물론, 재수생은 내신없이 수능100%이고, 다군이라 많이들 빠져나갈 것이니 추가로 붙을 것이라는 전략적인 선택이긴 했지만 말이다. 가끔 선배들을 만나면 자신의 모교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다. 물론, 그들이 다닐 때의 인하대학교와 00학번인 내가 다닐 때의 인하대학교는 천지차이지만, 중요한 건 그들은 인지도가 점점 하양하고 있는 모교에 대해서도 애교심을 잃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요즘들어, 나 마저도 나자신에 대해서 종잡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 자신이 되고자 했던 이미지가 아닐런지... 진정한 나는 누구일까? 청소년 시절에나 해보는 의문을 26살이라는 나이에 다시 해본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