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2009년에 서른이 되었다( 굳이 만으로 스물여덟이라는 말로 서른이라는 문을 거부하지는 않겠다 ). 정말 오지 말았으면 했던 그 서른이 오고야 말았다. 그런데, 정작 서른이 되고 나니 서른이라는 나이가 그다지 부담스럽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역시, 20대와 비교하여 인생의 무게를 좀 더 느끼게 되고, 20대에 꿈꿔왔던 일들이 하나둘씩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나이가 서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던 중, 인터넷 서점 메인에서 정말 끌리는 제목을 가진 책을 발견하였다. 그게 바로 이 『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라는 책이다. 정말 서른살이 된 사람은 책을 안 살 수가 없게 제목을 지어 버렸다. 그래서, 난생 처음으로 심리학 책을 사게 되었다.
책을 읽어본 결과, 서른살이 된 여자를 주 독자층으로 잡았다는 것이 드러났다. 물론, 서른살이 된 남자도 책을 사주기를 바라고 그냥 서른살이라고 지었거나, 여러 가지 정황으로 판단하여 여자가 볼 책인데 왜 남자가 샀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딱히, 남자라고 완전히 관심밖의 이야기를 펼쳐 놓은 것은 아니라 그다지 불만은 없다. 단지, 남자 서른의 이야기도 좀 더 자주 나왔으면 하는 것이 남자 독자로서의 바램이다.
지은이인 김혜남씨는 정신분석 전문의라고 나와 있다. 경력도 꽤 오래 되었으니 꽤나 많은 환자들을 다루어 보았을 것이고 이러한 환자 하나하나가 훌륭한 케이스가 되어 책의 깊이도 심오해 졌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글자 하나하나에 왜이리 공감이 잘되는지 내용이나 필력이나 정말 존경스럽다. 정말 이 언니 글 잘쓰네하는 감탄이 나오게 한다. 물론, 내가 심리학 책을 처음 봐서 이렇게 과민한 리액션이 나오는 것일 수도 있지만...
30대의 고민들을 너무나 잘 파악해서, 정말 내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마저 들게 하지만, 고민들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나와 있는 것은 너무나 일반론이라는 것이 좀 안타깝기는 하다. 물론, 심리학책 하나가 나의 모든 고민을 해결해줄 것이란 생각을 가지고 책장을 한장한장 넘긴 것은 결코 아니다. 적어도, 나만 이런 고민을 하는 것일까라는 고민은 해결할 수 있지 않은가!
여자들이 강남역 인도에 줄을 서서 사주를 보는 이유를 이제는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미래의 신랑감이 이런 사람일 지 알 수 있을 것이라는 비이성적 기대감도 있겠지만, 그냥 나의 고민을 털어 놓으며 느껴지는 속시원함, 그리고 그걸 공감해주면서 소문은 내지 않는 낯선 사람, 뭐 이런 걸 원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난 그런 곳을 절대 가지 않기 때문에 이 책에서 그런 시원함 비슷한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책 표지 뒷쪽 날개에 같은 작가가 쓴 두 권의 책에 대한 소개가 나와 있다. 또 사고 싶어 진다. 아, 이 출판사 마케팅 아주 지대로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