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의 배경은 이렇다. 경제 위기를 겪으며 희망이 사라진 미국 어느 시골마을의 도서관, 게다가 겨울이다. 도서 반납함에 버려진 고양이 한 마리가 운좋게 살아 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고양이를 발견하고 따듯한 물에 목욕을 시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이 고양이를 살려낸 도서관 사서 비키 마이런은 알콜 중독 남편과 사별하고 나름 거의 드라마에서나 나옴직한 비련의 여주인공 수준의 힘겨운 삶을 이겨낸 캔디같은 인물이다. 책은 도서관에 자리잡은 이 고양이의 이야기이며 그 고양이와 가장 끈끈한 인연을 맺은 비키라는 여자의 일대기이기도 하다.
도서관 고양이라는 정체성을 가득 담은 듀이( 책의 십진 분류법 )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이 고양이는 후에 좀 더 명문 고양이가 될 것임을 예견(?)한 동네 사람들에 의하여 듀이 리드모어 북스( Dewey Readmore Books ) 라는 거창하고도 도서관 지향적인 Middle Name과 Surname을 갖게 된다. 그리고 정말로 유명해진다. 상상할 수 없을 만큼 유명해진다.
동물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이 책으로 얼마나 감명을 받을 수 있을 지 모르겠다. 특히나, 대한 민국은 동물에게 적대적인 경향을 가진 사람들이 비교적 많은 것이 사실이고 게다가 그 종이 개가 아닌 고양이라고 한다면 그 적대성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다.
반면에 난 애완동물을 기른 적이 있다. 고양이는 아니었고 토끼였는데, 어쩌다가 기르게 된 것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분양까지 받아서 기르게 된 케이스이다. 그 만큼 난 평소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물론, 귀여운 동물에 한해서이지만...
난 책을 읽기도 전에 벌써 눈물이 고였다. 그 토끼를 안락사를 시켜야 했던 당시의 죄책감이 잠시 떠올라서 였다. 당시, 양쪽 잇몸에 염증이 생겨 수의사가 어려울 것 같다는 소견을 이야기 하곤 하였지만, 당시 경제적 사정이 내 마음을 정하는데 좀 더 많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 여전히 나를 괴롭게 한다. 아마도 영원히 그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책이 대체적으로 연대순으로 나열되어 있었기 때문에 책 뒤로 갈 수록 듀이는 극적으로 유명해 지며 전국구 스타가 되지만, 결국 듀이도 늙는다. 그리고 책을 다 읽는다는 것이 듀이의 죽음을 맞이해야 한다는 사실임을 인지하기 시작한 후반부터는 책을 다시 펴자마자 슬픈 감정에 휩쌓여야 했다. 또 이별을 해야 한다니... 난 꽤나 듀이에게 몰입해 있었던 것이다. 듀이와의 이별이 두려워 일부러 천천히 읽을 정도였다.
마침내 책을 다 읽었을 때는 퇴근하는 지하철 안이었는데, 자꾸 쏟아지는 눈물을 참기 위해 무던히도 눈을 껌벅껌벅 거렸다.
동물에게 애정이 있는 사람에게는 기쁨과 슬픔을 함께 안겨줄 책임을 의심치 않는다. 슬픔마져 감동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