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존재하는 경제라는 것은 오만가지 변수가 크고작은 영향력을 미치는 매우 예측하기 어려운 영역이기 때문에 경제학이라는 학문은 몇 가지 필요한 변수를 제외한 나머지를 제한하는 모형을 통하여 각 변수들에 대한 성질과 변수들간의 관계를 정립한다. 그중에서도 대부분의 경제 모형에서 전제로서 등장하는 것이 경제 주체들은 모두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며 시장에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합리적이지 않다면? 『비열한 시장과 도마뱀의 뇌』는 인간의 비이성적인 성향때문에 실제로 경제주체로서 시장에 참여하는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다라는 결론으로 내리고 비합리적인 판단으로 인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조명한 책이다.
마케팅 분야에서는 주로 인간의 소비가 비이성적인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 정설로 통하고 있는 반면, 주류 경제학에서는 대부분 인간이 이성적인 행동을 통하여 시장에 참여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어서, 행동경제학자인 테리 번햄의 비이성적인 경제 주체에 관한 이 책은 무척이나 흥미롭다. 특히, 투자자에게 있어서 비이성적인 행동을 자체하고 이성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것이 얼마나 수익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책의 제목부터가 참으로 흥미롭다. 도마뱀의 뇌는 인간이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만드는 뇌의 부분을 의미하며 본능이라는 것과 맞닿아 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우리의 본능은 오래전부터 조상들로부터 전해온 성질의 것으로 먼 옛날 조상들의 시대에서는 살아남기 위하여 필요한 것이었으나, 세상이 변했음에도 우리의 본능은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본능은 세상을 살아가는 데 방해가 된다. 비열한 시장이라 함은 비이성적인 경제주체들의 참여로 인하여 이성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비이성적 경제주체들의 컨센서스를 뜻한다.
책의 논점은 한결같다. 인간이 이러이러한 비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때문에 투자에서 손실을 보는 것이 비이성적인 판단들이 모여 비열한 시장을 만드는데, 이렇게 시장이 비합리적이기 때문에 기회가 존재한다. 따라서, 도마뱀의 뇌를 잘 통제하여 합리적인 선택을 하면 상대적으로 비이성적으로 흐르는 타이밍에 적은 위험으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다.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효율적 시장가설을 제대로 반박해 주는 부분이었다. 평소 효율적 시장가설, 즉 모든 것은 가격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라는 주장을 무척이나 싫어했었지만 딱히 논리적으로 반증할 수 없는 주장이기에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증오했는데, 본질적으로 효율적 시장가설의 전제부터가 틀리다고 시작하니 그 통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매매 후에 항상 후회를 하는 투자자들은 읽어 볼만한 책이다. 아니, 이미 읽었어야 했다. 물론, 이 책을 읽어서 문제점을 파악할 수는 있겠지만, 도마뱀의 뇌를 통제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