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의 시대』를 읽지 않은 나에게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영향력은 별로 없다. 지나치게 유명해진 이 소설덕에 그의 명성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의 명성만으로 그의 신간 소설인 『1Q84』을 읽고 싶은 열망따위는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무서울 정도의 판매량과 더불어 내 주위에서도 이 소설에 대한 이야기가 조금씩 들려 오기 시작했고, 결국 나 또한 이런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굳이 피하고 싶은 작가의 책이 아닌 이상 자연스러운 결과가 아닐까나?
사실, 난 이 소설이 두 권으로 이루어진 지도 모르고 한 권만을 샀다. 다 읽어 감에도 불구하고 이야기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을 의아해 하다가 결국 끝장에서 (BOOK2로 이어집니다)라는 말을 보고난 후에야 두권짜리라는 것을 인지하고 부랴부랴 book2를 주문하여 이어 읽었다. 분명 표지에 book1이라고 씌여 있는 것을 보았음에도 의미를 알 수 없었던 제목 때문에, book1이라는 것은 이 책의 부제같은 것인가라는 착각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 더 어이없는 것은, book2를 다 읽은 후에도 막 book1을 읽고 난 후에 느꼈던 의아함을 다시 느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혹시 (BOOK3로 이어집니다)라는 글귀가 있는지 책 뒷부분 여기저기를 찾아 보는 멍청한 짓을 했다. 즉, 난 왜 이 이야기가 여기서 그냥 끝나버렸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는 셈이다.
사건은 무척 방대하며 그 진행은 흥미진진하다. 뭔가 새로 일어나는 일들은 앞으로 더 흥미진진한 일이 일어날 것 같고, 궁금증이 생기면서 그 궁금증이 증폭되는가 하면, 또 그 궁금증에 대한 답을 조금씩 알려 준다. 그런데, 그 답을 알게 되면 또 새로운 궁금증이 생긴다. 읽으면서,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런 면에서 정말 천재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덴고의 질문에 단답형으로만 대답하는 후카에리처럼, 무라카미 하루키는 독자에게 단답형으로만 암시적인 대답을 하며 독자들이 다음 장을 넘기고 싶어 안달나게 만들어 버린다. 문제는 그렇게 궁금함을 조금씩 풀어주다가 갑자기 이야기를 끝내버린다. 아직 궁금한 것이 많은데...
아마도, 궁금증을 끝까지 풀어주지 않고 여백을 남겨 놓은 것은 독자에게 그 여백을 채워 넣도록 하려는 것인가 보다. 마치, 덴고가 상상했던 또 하나의 달이나 공기번데기의 모습이 실제와 똑같았던 것처럼, 독자가 상상한 대로 소설은 끝나게 되어 있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쓰다보니 덴고의 이야기만 많이 언급했는데, 매력적인 17살의 소녀 후카에리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아오마메의 이야기가 더 재미있었다. 시크한 미니스커트를 입고 아슬아슬하게 계단을 내려오는 아오마메의 모습을 (아마도 남자의 시선으로) 너무나 적나라하게 표현해놓은 덕에, 나도 모르게 글자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읽고 있는 나자신을 발견하곤 잠시 쑥쓰러웠던 도입부가 생각난다. 뿐만 아니라 아오마메는 그 이후에도 자주 자신의 신체적인 특징을 적나라하게 독자에게 알려 주지 않던가! 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글자 하나하나에 집중을 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분명, 『1Q84』는 일본소설은 자극적이다라는 내가 가진 편견을 더 심화시키는 소설이 된 것 같다. 따지고 보면 근친상간이나 유아성폭행 등의 반인륜적 범죄를 분신이었느니, 종교적 의식이었느니 하며 잘도 포장해 놓지 않았던가! 이메 비하면 덴고와 그의 유부녀 여자친구의 불륜행각은 범죄축에도 못든다.
『상실의 시대』를 읽어보지 않아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1Q84』를 통해서 느껴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철학을 곱씹어 보면, 그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곧 뭔가를 상실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덴고의 아버지가 치매에 걸려 기억을 잃어가는 것을 굳이 언급하고, 또한 요양원 가는 길에 읽었던 고양이 마을이라는 소설에서 완전히 상실되어 버린 인간의 모습을 다시금 언급하는 것을 보면, 아니, 선구측 사람인 못생긴 우시카와를 통해 더욱 직접적으로, "일정 나이를 넘으면 인생이란 무언가를 잃어가는 과정의 연속에 지나지 않아요."라고 말하고 있지 않던가! 
- 덴고의 유부녀 여자친구가 상실되어 버렸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 고마쓰씨의 행방은
- 에비스노 선생의 행방은
- 덴고의 품에 있던 후카에리는 마더인가 도터인가
- 리틀 피플의 한계는 어디까지 인가
- 덴고의 생물학적 부모는
- 덴고가 아오마메의 공기번데기를 볼 수 있었던 것은 아오마메의 자살과 연관되어 있는가
후카에리처럼 물음표 없이 적어 보았다.
그나저나, 달이 몇 개 떠있는지 확인을 좀 해봐야 겠다. 최근에 하늘을 본 적이 없어서... 두 개면 어쩌지... 2Q10년에 살고 있는 셈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