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동네에 트럭으로 싣고 와서 파는 것을 먹어 보았을 때, 완전히 실망을 하며 정말 제대로된 영덕대게를 먹어볼 순 없을까 하던 생각이 항상 머릿속에 있었고, 더군다나 요즘이 게철이라 슬슬 보이기 시작하였는데, 때마침, 스터디 모임에 아는 분 고향이 영덕이라고 하시길래, 영덕대게 좀 살 수 있냐고 했더니 쉬는 시간에 부모님에게 바로 전화통화를 하셔서 가능여부를 묻는다. 원래는 10만원어치부터 주문이 되는데, 5만원어치만 안되겠냐고 물었더니 괜찮다고 해서 바로 현금으로 5만원짜리 지폐를 꺼내어 드렸다. 이것이 지난 수요일의 일이고, 오늘 오후에 도착했다.
약속이 있어서 집에 돌아온 것이 11시였기에 가족들도 다 안먹고 기다리고 있었다. 박스를 열어보니 정말 푸짐하다(사실, 가기 전에 한 번 슬쩍 열어 보았다가 비린내 때문에 얼른 닫았었다). 이미 살짝 삶아져 있는 상태라고는 했지만, 베란다에다가 보관해 두었기 때문에 그사이 꽤나 차가워 져서 전자렌지에 데워야 했다.
사실, 부산(정확히는 양산)사람이신 아버지는 영덕대게인지 꽃게인지하시며 조금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게들을 바라보셨으나, 드셔 보시더니 "맛은 있네."하시며 능숙한 솜씨로 우리가 쉽게 먹을 수 있게 다리를 가위로 잘라 내셨다. 게의 마릿수도 그렇지만 한놈 한놈이 정말 실하게 꽉 차 있어서 우리 가족 모두 행복해 하며 말 그대로 게눈 감추듯 발려 먹기 시작했다. 난 몸통은 특유의 떨떠름함 때문에 별로 안좋아하여 다리만 먹었는데, 부모님은 게맛을 모른다며 안타까워 하시며 몸통을 정말 맛있게 드셨다.
입이 거무스름한 녀석들이 맛있다
게의 입부분이 이렇게 거무스름해야 속이 꽉찬 게이다. 대체적으로 이것으로 어느 정도는 좋은 게를 선별할 수 있다. 배달온 게 중 거의 대부분이 이렇게 입이 거무스름하여 먹기 전에도 잔뜩 기대를 했었고, 그 기대에 어긋남이 없었다.
물론, 훨씬 몸통이 커서 12cm에 이르는 게는 아니지만, 그런 게는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비싸고 이렇게 충분히 먹기는 힘들다. 그냥 마음편히 먹으려면 이 정도 수준의 몸통을 가진 게 중에 입이 거무스름한 녀석들로 몇 마리 먹는 것이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