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을 고소하다

RSS에 등록된 기사들을 읽다가( 난 경제섹션만 주로 구독한다 ), 옥션이 지난번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집단소송에 휘말릴 위기에 처했다는 기사가 나오면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다음카페의 url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즐겨찾기에 추가한 후에 좀 짬이 나서 들어가 보았더니 벌써 400여명의 사람들이 소송관련 실비를 입금하고 입금확인 요청을 하고 있었다.

내가 가입한 카페에서 이번 옥션집단소송을 진행하는 박진식 변호사에 따르면 지난 리니지의 개인정보유출에 관련하여 집단소송을 하여 원고승소판결을 받았고 국민은행측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에 대해서도 원고승소판결을 받아낸 바 있으며 개인정보유출에 관해서는 대부분 승소하기 때문에 소송에서 질 가능성은 그다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난 박진식 변호사라는 사람을 알지도 못하고 그가 말하는 승소판례에 대해서 사실확인을 한 적도 없으며 최악의 경우 이 카페가 명의를 도용하여 만든 사기극일 가능성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그냥 마음 편하게 이번에 연말정산을 통해 받은 금액의 일부를 투자하여 몇 년 후에 몇십만원정도의 보너스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3만원을 입금하여 집단 소송에 참여하였다.

카페에 올린 글들을 보면 대기업에 대한 회초리를 든다느니, 소비자의 신성한 권리를 찾겠다느니 더 나아가 사회정의 구현에 이바지하겠다느니 하는 뉘앙스의 글도 많지만 난 앞서 밝힌 바와 같이 그런 거창한 명분같은 것보다는 단지 내 개인정보에 대한 댓가로 돈 몇 푼 건지려는 소시민적 궁상이 소송참여의 목적이다. 사실 돈을 버는 것은 소송을 주도한 변호사이겠지만 말이다.

이번 일이 잘 되어 돈을 받든, 최악의 상황인 단순 사기극이든 나에게는 꽤나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했다. 한 평생 살면서 법원과 병원만 들락거리지 않으면 성공한 인생이라고! 하지만, 법원을 왜 들락거리는 지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이미 난 들락거린 적이 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