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막강한 자본력에 의한 화려한 마케팅 덕에 절대 놓칠 수 없는 가장 기대되는 영화였던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그래서 극장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큰 기대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라는 생각으로... 하지만 영화를 보기 시작하면서 이러한 걱정은 사그라 들었다. 아마도 놈놈놈은 2008년 한국영화 중 최고의 자리에 오를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 하반기에 어떤 영화가 더 화려한 날개짓을 할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흥행에 있어서는 아마도 1,000만관객이 가능하지 않을가 생각된다.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라는 흥행보증수표 세 장이 한꺼번에 등장하는 상황에서 어떤 영화팬이 이 영화를 좌시할 수 있겠는가! 김지운 감독은 한국판 웨스턴 무비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리스크를 흥행보증수표 세 장으로 커버하며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미 난 장화홍련과 달콤한 인생에서 보여준 독특한 분위기의 미장센에 매료되었던 경험이 있었고 놈놈놈은 다시 한번 스펙타클을 동반한 장엄한 미장센을 선보였다.

달콤한 인생만큼에서 만큼이나 놈놈놈에서의 이병헌은 독특한 자신만의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선보여 주었다. 거만하면서도 그 거만함에 책임질 수 있는 카리스마, 이것이 달콤한 인생과 놈놈놈에서 보여준 이병헌의 모습이다. 이렇게 멋진 악당이 또 있을까? 그가 연기한 박창이의 침착한 잔혹스러움은 한국의 어떤 배우도 흉내낼 수 없는 예술의 경지라고 평하고 싶다.

정우성은 또 어떤가! 늘 그가 연기하는 캐릭터는 똥개를 제외하면 다 멋있었다. 강인하면서도 누군가 채워줘야할 약한 면을 가지고 있는 그의 캐릭터는 그래서 사랑받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놈놈놈에서 박도원은 이제까지 정우성이 연기했던 다른 캐릭터보다는 조금 더 업그레이드된 정확히 말하면 약점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느낌의 캐릭터다. 악명을 떨치던 박창이보다도 유능한 킬러였던 것이다. 김지운 감독 특유의 화려한 미장센안에서 우아하게 날아다니는 그의 모습은 왜 정우성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이 될 수 있다. 물론, 그의 말타기 솜씨 또한 천부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만든다.

이병헌과 정우성이 아무리 멋있다 한들, 이 영화가 천만관객을 돌파한다면 그 공로는 역시 송강호라는 배우에게 있지 않을까? 그의 푹 고아만든 설렁탕 국물같은 능글맞음은 비중이 있는듯 없는듯 줄곧 영화를 장악하고 있으며 그래서 더욱 박창이와 박도원의 화려함이 부각되어 보이는 듯 하다. 허허실실을 닮은 윤태구의 생명력으로 인하여 관객들은 총알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을 보며 웃을 수 있는 아이러니를 순순히 받아들이게 된다.

비록 난 이 영화의 원작을 즐겨 보았던 세대는 아니지만, 원작의 재해석에 있어서 놈놈놈 이상의 영화는 앞으로 힘들 것이라는 찬사를 조심스럽게 던져 본다. 세 명의 놈은 정말 멋있었고, 그 세 명의 팀웍 또한 유연했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영화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