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나이트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배트맨 시리즈에 대한 좀 더 심각한 고찰끝에 탄생시킨 배트맨 비긴즈가 긍정적인 결과를 낳은 후 그 다음 버전인 다크 나이트가 미국에서 다채로운 신기록들을 갈아치우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고 마침내 한국에서도 개봉되어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난 만화같던 구 배트맨 시리즈에도 그다지 불만은 없는 편이지만 배트맨 비긴즈를 시작으로 한 새로운 배트맨 시리즈는 단순한 블록버스터가 아니라 철학이 담긴 블록버스터, 생각있는 블록버스터같은 추가적인 형용사가 필요한 장르라고 말하고 싶고 그래서 흥미롭다.

배트맨 비긴즈에서의 배트맨은 자기 자아의 성장과정을 그리며 왜 배트맨이 되었어야만 했는지에 대한 의문에 대답을 한다. 반면 배트맨이라는 이름마저 빠져버린 이번 다크나이트에서는 아이러니 하게도 과연 배트맨은 필요한 존재인가에 대한 의문을 품게 된다. 그리고 배트맨은 고담시의 악당제거에 자신 보다는 좀 더 정상적인(?) 인물이 전면에 나서길 바란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아니라 사회 시스템으로 악의 세력을 제거하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더 나아가 과연 악의 세력을 완전소탕하는 것이 가능한지, 또 그것이 가능하다면 그것이 옳은 일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히스 레저가 연기한 조커는 배트맨을 꽤나 당혹스럽게 만드는 대범하고 치밀한( 극중 그가 스스로를 치밀하지 않다고 이야기하지만 ) 악당으로 등장한다. 다만, 왜 배트맨은 조커의 죽음을 앞두고 머뭇거려여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아직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말 조커의 말대로 배트맨은 또 다른 이 별종에 대하여 동질감 비슷한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나 또한 강한 악당 그리고 그 악당의 승리에 짜릿함을 느끼는 별종이긴 하다.

블록버스터 영화가 심오할 수 있다는 어쩌면 모순적인 문제를 해결한 다크나이트는 최고의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레이첼 도스역이 케이티 홈즈에서 매기 질렌홀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배트맨도 그대로고 고든 경찰서장 게리 올드만, 알프레드의 마이클 케인, 루시어스 폭스의 모간 프리만까지도 그대로 이건만, 수리남 때문에 스케줄이 안맞았나...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