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켈란젤로전 @전쟁기념관

공교롭게도 현충일에 전쟁기념관을 방문하는 뜻깊은(?) 우연을 경험했다. 가야지가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던 미켈란젤로전을 휴일인 오늘에서야 관람하게 된 것이다. 국립미술관/박물관들은 보통 오후6시에 문을 닫기 때문에 방문에 시간적 제약을 받는다. 평일에 방문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전시회의 공식 명칭은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전"이다. 15-16세기 이탈리아 미술을 대표하는 천재 중의 하나인 미켈란젤로였지만, 난 그 당시의 미술에 대해서 딱히 흥미도 없고 배경지식도 별로 없는 상태로 전시실에 입장한 터, 게다가 난 조소보다는 회화에 더 매력을 느끼는 터라 주로 조각쪽으로 명작이 많은 미켈란젤로의 전시는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물론, 작품은 당연히 훌륭하겠지만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나 할까... 아는 만큼 보인다고, 잘 모르니 잘 안보인다.

눈동자가 하트 뿅뿅 ㅎㅎ
유일하게 만질 수 있는 작품
다들 허벅지를 만져서 때가 탔더라는... 하긴, 꼬추를 만지기도 좀 그렇고... ㅋㅋㅋ

시대적인 미술사적 발전과정을 고려하지 않고 본다면,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인상주의에만 주로 흥미를 가지고 있는 나로서는 15-16세기 이탈리아의 미술들이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다. 뭔가 평범해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조각작품들은 예외다. 조각작품들은 실제 사람인 듯 때때로 사람보다 더 사람같이 보일 정도로 정교하게 제작되었다. 특히나, 그 웅장한 다비드상은 위압감마져 느껴지게 만들 정도다. 마치, 신이 인간의 형상으로 나타난다면 이렇게 큰 모습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담의 탄생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자주 보긴 했는데, 정식 제목을 안 것은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이다
이 통로를 지나면 전시회가 끝난다

전반적으로 아쉬운 점은 작품 수가 그리 많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난 미술전시회일 경우 두시간, 사진전일 경우 한시간반정도를 예상하고 방문을 하는데, 이번 미켈란젤로전은 40분정도에 관람이 끝나버리고 말았다. 조금 당황스러웠다. 아마도 내 생애에서 가장 일찍 관람을 마친 미술전시회가 아닐까 생각된다.

또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오디오가이드의 설명이 좀 부실하다. 오디오가이드 대여를 하는 것은 배경지식이 부족하여 작품에 대해서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들으면서 관람을 하기 위함인데, 상당히 단조로운 설명만 들을 수 있었다. 물론, 설명이 너무 장황해도 관람에 방해를 받게 마련인데... 이것이 오디오가이드의 아이러니다. 딱 적절한 수준의 상세함을 유지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 정도 또한 사람마다 다르니...

참여형 전시회?
전시회장을 나오니 애들이 석고로 뭔가를 막 만들고 있다. 요즘은 이런 참여형 전시회가 유행인가...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