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워낙 유명한 스토리, 그래서 꽤나 여러번의 리메이크가 이루어졌던 혹성탈출, 이번에 개봉한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지난 2011년에 개봉했던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에 이은 후속편으로 "진화의 시작"에서 혹성탈출 시리즈의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면 이번 "반격의 서막"에서는 새로운 해석으로 거듭난 혹성탈출 시리즈에 인간과 유인원의 갈등이라는 필연적인 소재를 첨가함으로써 앞으로 이 시리즈가 과연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또한, 인간뿐만 아니라 유인원간에도 정치적 갈등은 피할 수 없다는 설정을 통해 영화가 단순히 인간과 유인원간의 대결구도로만 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관객들에게 인지시키기도 한다.

이번 "반격의 서막"에서 만들어진 인간과 유인원간의 전투는 필연적인지 우연적인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실험자였던 인간과 피실험자였던 유인원이 사이좋게 지낼 수는 없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 전투는 필연적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이들간의 전투는 날 꽤 불편하게 만들었는데, 굳이 이런 심리상태를 해석해 보자면 인간으로서 인간을 응원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이미 유인원들에게 감정이입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양쪽 모두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하는 평화주의자로서의 소망같은 것이 무참하게 깨져버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진화의 시작"에 등장했던 인간 캐릭터들이 등장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위화감없이 속편의 이야기가 잘 진행되는 듯하다. "진화의 시작"이후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다라는 설정으로 이를 무마(?)했는데, 이것이 의도적이었는지 아니면 캐스팅 실패로 인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앞으로 속편이 다시 등장할 것인데, 또 시간이 흘렀다라는 설정을 사용할 지 궁금하다. 내 생각에 엄연히 주인공은 유인원의 우두머리인 시저이고, 시저 이외의 모든 인물들은 대체가능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