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평방 분위기 바꾸기, 벽지 페인팅과 데코타일

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갑자기 내 방을 제대로 바꿔보자라는 결심이 섰다. 물론, 12년전 이사올 때 했던 도배지가 내가 별로 안좋아하는 색인 옅은 에메랄드 색이였기에 항상 마음에 들지 않은 채로 살아 왔고, 이제 성인 남자가 사용하기에는 좁디좁은 3평남짓한 방에서 아쉬운대로 수납을 하며 살아 왔긴 했다. 아마도, 이런 스트레스가 한번에 터져버린 것같다.

목표는 공간확보와 심플함으로 잡고 대략적인 작업은 크게 아래와 같았다:
1. 벽에 페인트를 칠한다
2. 바닥에 데코타일을 시공한다
3. 20년 넘게 써왔던 옷장을 버린다
4. 15년 넘게 써왔던 책상을 버린다

After Painting 3rd
세번째 페인팅 후인데, 사진에 보이는 부분은 침대헤드 놓을 자리라 좀 대충칠했다

벽지는 위에서 언급했던 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연한 민트색인지 에메랄드색인지 애매한 색, 그리고 영 마음에 들지 않는 엠보싱이 거슬렸는데, 여러 가지로 찾아본 결과 페인트를 칠해도 엠보싱은 그대로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을 평평하게 하려면 핸디코트 등으로 미장을 해야 하는데, 나같은 인테리어 초보에게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여 포기, 페인트만 칠하기로 했다. 색 또한 여러 가지로 고민을 하였으나, 방을 넒게 보이기 위해서는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이 화이트! 광택은 다들 은은한 벨벳광을 추천하여 그대로 하였다. 무광은 때가 너무 탄단다. 던에드워드의 SPMA20 DEW380를 선택했다. 문짝과 문틀, 그리고 창문과 창문틀도 칠해야 했기에 젯소와 바니쉬도 구매했다.

실패한 문짝
페인팅을 가장 처음 시작한 부분인데, 너무 두껍게 칠한 걸 떼네려다가 이렇게... 대실패!

난 페인팅이라는 것이 포토샵으로 브러쉬질 할 때같이 칠하면 그냥 칠해지는 것인 줄만 알았다. 그런데, 헐... 왜 얇게 여러번 칠해야 하는 지, 페인트칠을 하면서 깨닫게 되었다. 깨닫지 못하고 칠한 문짝은 아주 대실패를 경험해야 했다. 다시 칠하려고 바니쉬를 바르지 않은 상태로 방치하고 있다. 기력과 자신감을 회복한 후에 다시 도전을 하던지...

일반적으로 벽지에 페인트를 칠할 때는 젯소를 바르지 않고 두번 페인팅 한다라고 나와서 그렇게 했지만, 엠보싱된 색있는 벽지의 경우는 "일반적인 벽지 페인팅"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칠한다면 난 젯소로 한번이라도 칠할 후에 페인트를 두번 칠하는 것을 선택할 것이다. 세 번이나 칠했지만 여전히 기존 벽지색의 푸르스름함이 남아 있다. 게다가 붓으로 칠한 부위는 무척 두껍게 칠해져 있고, 롤러로 칠한 부분은 그렇지 않다. 다시 칠한다면 아주 작은 롤러도 준비하여 붓을 쓰는 부위를 최소화할 것이다. 또하나, 처음에 9인치짜리 롤러를 사용하였는데, 나같이 여인내 수준의 힘을 가진 남자라면 욕심부리지 않고 5인치나 7인치 롤러를 사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볼링을 칠 때 자신에게 맞는 무게의 공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것과 같다.

데코타일 시공중
나름 최선을 다하여 가장 번거롭다는 (소위 말하는) 3단 시공을 하고 있다

바닥재에 대하여 많은 정보를 얻고 고민도 하였으나, 역시 난이도를 고려하여 데코타일로 결정하였다. 하나리빙데코라는 브랜드의 노르딕화이트를 선택하였다. 강화마루를 선택하기 직전까지 갔으나 톱질을 해야 한다기에 식겁하여 포기! 바닥재는 모두 장단점이 있었는데, 내가 선택한 점착식 데코타일은 온도에 따라 뜨거나 틈이 벌어지는 현상이 있다고 한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고 처음하는 인테리어이니 5년만 버텨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선택하였다.

데코타일 자르는 모습
데코타일 절단시, 연필로 적당한 두 부분에 점을 찍고 두 점에 자를 걸쳐 칼로 세번 칼집을 내고 힘을 주면 된다

데코타일은 내가 계획한 일중에 가장 쉬운 일에 속했으나, 이미 체력이 바닥이 난 관계로 이마저 쉽지는 않았다. 난 내 방이 크기가 3m * 3m로 알고 있었으나, 150mm짜리 데코타일을 붙여 나가다가 마지막 창가쪽 공간에 다다라서 남은 공간이 150mm가 안되는 것을 보고 좌절을 맛보아야 했다. 창가쪽벽은 두드려보면 시멘트가 아니라 석고보드같은 느낌인데, 아마도 단열시공때문에 그 정도의 공간이 할애된 듯하다. 그리하여 데코타일 재단에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데코타일을 자르는 것은 그리 힘들지 않은 일이지만 세로로 자르는 것은 꽤나 세심한 주의가 따른다.

데코타일을 잘 붙인다고 붙였으나, 중간에 틈이 생기게 시공된 곳이 몇 군데 있어서 아쉬웠다. 원래 길게 한 줄 다 붙이고 다음 줄을 붙이면 이런 사태를 최소화할 수 있는데, 가족들이 마루에 방치해 놓은 침대 빨리 들여 가라고 압박을 하여 침대 놓을 자리 먼저 하겠다고 욕심을 부리다가 그만! ㅜ.ㅜ 다시 다 떼어서 다시 붙이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이미 체력이 바닥이고 맨탈도 붕괴직전인지라... 여름이라 바짝 붙여서 틈이 없게 붙이는 것이 맞겠다 싶어서 그리 하였다. 겨울이 되면 틈이 더 벌어지겠지? ㅜ.ㅜ

걸레받이는 데코타일 수준(?)에 맞게 굽도리로 처리했는데, 인터넷에서 알려준 방식대로 코너를 돌릴 때는 바닥에 닿는 굽은 면을 살짝 칼로 잘라주면 좀 더 수월하고 이쁘게 돌릴 수 있다.

기존 옷장
20년이상 버텨준 고마운 옷장을 매정하게 버렸다!
기존 행거는 해체하고 새로 산 2단행거 설치된 모습
옷 많이 걸리는 것은 좋은데, 자취방 수준을 넘어서 세탁소 삘이다 ㅜ.ㅜ

옷장은 그냥 일반적인 (아마도) 원목으로 된 그럭저럭 내구성 좋은 장이었는데, 이제는 그 내구성도 다되었는지 문짝이 잘 안닫힌 지가 좀 되었고, 어릴 때 샀던 것이라 성인이 된 지금으로서는 내 옷들을 다 소화할 수 없었으며, 내 옷들을 다 소화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공간을 많이 차지했다. 그리하여, 약간은 자취생방 스러워질 것을 각오하고 옷장을 버리고 행거를 사용키로 하였다. 이미 행거를 사용하고 있긴 하였지만, 2단을 좀 더 높게 설치할 수 있는 행거를 이용하여 행거만으로 모든 옷을 다 소화하기로 하였다. 행거는 왕자행거라는 행거계의 이름날리고 있는 브랜드가 있어 화이트 2단행거를 설치하였다. 먼지가 쌓일 것을 고려하여 철이 아닌 옷들은 부직포에 넣어 걸어 두기로 하였다.

그런데, 설치를 하고보니 자취방을 넘어서 무슨 세탁소 삘이 나버려 좌절! 행거중에 커튼이 달려 있는 행거도 있던데 나중에 그걸로 바꿀까도 고민을 해야겠다. 옷방이면 그냥 그러려니 하겠는데, 난 방이 이거 하나밖에 없어!

기존 책상
15년 이상을 버텨준 기존 책상을 역시 매정하게 버렸다

책상은 오래 전에 억지로 약간의 하자 있는 책상을 사정해서 저렴한 가격에 사온 것인데, 1400mm의 작은 사이즈인지라 내 트리플 모니터 사용환경에서는 택도 없어서 협탁 형식으로 다른 책상을 붙여서 사용하며 지내왔었다. 그런데 그 책상들끼리 높이도 안맞고 하여 책으로 받혀 쓰기도 한지라 이런 짓도 이제 고만하고 싶고, 늘 갖고 싶었던 L자형 책상에서 일해보고 싶기도 하여 사무실 스러운 L자형 책상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L자형 책상은 자토라는 브랜드의 라운드시스템책상이라는 이름을 가진 녀석으로 선택하였다. 상판은 나무무늬(?)인데 난 본질적으로 나무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내구성을 고려하면서 내가 원하는 스타일로 한정하니 선택의 폭이 많이 줄어들었다.

새로산 책상에 PC와 모니터들 세팅한 모습
다 설치하고 보니 별 차이가 없어 보이기도 하고... 난 이쁜 노트북 하나만 놓고 일할 수는 없기에...

이렇게 내 인테리어는 완성(?)이 되었는데, 난 처음 이 모든 것을 하루만에 끝내리라고 생각했다. 세간을 마루에 내놓고 문에 젯소를 바르고 페인트1차, 페인트2차, 페인트가 마르는 동안 데코타일, 문에 바니쉬, 끝! 인테리어를 글로 배운 난 정말 이게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페인트 마르는 시간만 고려하고 내 체력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걸린 시간은 거의 열흘이었다. 나중에는 데코타일 두 장만 발라 놓고 체력 고갈로 쉬면서... 인테리어만 하고 있을 수는 없으니 쉬엄쉬엄 하면서 몸살나지 않을 정도로만 체력을 써야 했기에 더 오래 걸렸다.

사실,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다들 여자들도 블로그에 멋지게 페인트 칠해놓은 방을 보여주면서 힘들어서 몸살났다고 써놓기는 했지만, 페인트 칠한 멋진 사진은 십여장 올려 놓고 몸살났다는 말은 한 줄 써놓으니 한줄 정도로만 힘든 줄 알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힘들었던 일은 데코타일도 아니고, 페인트칠도 아니며, 마스킹테이프 작업도 아니었다. 바로 세간정리였다. 무슨 3평도 안되는 방에 세간이 이렇게 많은지! 구석구석 참 수납을 극한으로 하고 살았다. 앞으로는 수납공간을 확보하는 일만큼이나 필요없는 물건을 버리는 일에 더 신경을 쓰기로 하였다. 또한, 다시 이런 짓을 할 때에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버릴 물건을 먼저 버린 후에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테리어를 마친 후에 드는 감정은 참 복합적이다. 다시는 안한다는 생각이 드는 반면, 다시 하면 더 잘할 수 있을텐데라는 생각도 들고, 내가 직접 칠한 벽을 보면 흐뭇함이 찾아 오기도 하지만, 여전히 푸르스름함이 남아 있는 곳을 보면 4차 페인팅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