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세미술관전 @국립중앙박물관

몇달 전에 마음먹고 갔던 오르세미술관전, 그러나 국립 미술관/박물관은 평일 6시에 문을 닫는다는 사실을 모르고 너무 늦게 도착하여 허탕을 쳤었다. 수요일은 늦게까지 한다던데 그날은 수요일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절대 허탕칠 일 없게 토요일을 맞이하여 느긋한 마음으로 국립중앙박물관을 향했는데... 이번에는 엄청난 인파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난 로비에서 약 20~30분 정도 대기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 덕(?)에 로비에서 Theresa를 비롯한 마이존 목요일 멤버들과 마주치게 된 자그마한 에피소드가 생긴 것은 잠시나마 지루한 대기시간을 보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막상 전시장 안에 들어가서도 엄청난 인파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대기시간을 만들 정도이니 한적하고 여유있게 관람을 하는 것은 이미 틀렸다는 것을 알았지만, 막상 이런 상황을 마주하니 또 기분이 좀 그렇다. 나를 비롯하여 한국인들의 인상주의 사랑은 정말 알아줘야 한다.

지루한 기다림 후에 입장한 전시장이지만 내 관람시간은 길게 잡아 봐야 40분을 채 넘지 못했는데, 이미 내가 인상주의 작품에 익숙해져 있다는 자만심 때문에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이 아니었던지라 그냥 천천히 걸으며 스윽 보고 지나친 작품들이 상당수였던 것이 첫번째 원인이겠고, 혼잡한 전시관에서 작품에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던 것, 그리고, 눈위 휘둥그레질 만한 명작이 오지는 않았다는 것 정도가 나머지 요인들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기다렸다 입장했음에도 작품들에 대한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금방 나와버리니 전시회에 대한 좋은 평을 내리기는 힘들 것같고... (대기시간 때문인지) 이미 할인된 가격으로 티켓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본전생각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너무 일찍 나온 것이 왠지 억울하여 밖으로 나와 국립중앙박물관 앞에 펼쳐져 있는 연못(?)가에 앉아 오리와 잉어들을 향해 먹이를 던져주는 아이들을 구경하며 세월을 낚다 왔다. 난 오리가 잉어도 먹는 줄 알았는데, 그들끼리는 서로 천적관계가 형성되지는 않는 듯 보인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