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크, 영혼의 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스타일도 그러하고 뭉크 작품에 대한 배경지식이 풍부한 것도 아닌지라 뭉크작품의 호불호를 언급하기는 쉽지 않았지만, 이번 전시회를 감상한 이후에는 뭉크 작품들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누군가가 뭉크의 작품이 어떠하냐고 묻는다면, 즉, 그의 작품에 대한 감상을 매우 짧게 한마디로 표현해야 한다면 난 이렇게 말할 것이다. 우울하고 참 좋다.

전시된 작품들에서 흐르는 전반적인 느낌은 어떤 주제든 우울하게 그려줄 수 있다라는 뭉크의 자신감(?)같은 것이 묻어 있는 듯했다. 뭔가 밝고 명랑한 주제도 우울하게 표현해 놓았다. 작품안에 누군가는 무척이나 고뇌하는 표정으로 사색에 잠겨 있고, 그 인물들을 둘러싼 배경은 그 사람의 심정을 투영하듯 우울한 색과 불특정한 패턴의 붓터치(?)로 성글게 표현해 놓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샤갈과 마찬가지로 뭉크만의 스타일을 이제는 좀 인지할 수 있을 듯하다.

그중에는 꽤나 밝은 이미지로 표현된 작품들도 선보였는데, 대체적으로 인물화가 아니라 풍경화에서 이러한 밝음이 나타나는 경향이 보였다. 아니면, 그냥 큐레이션을 그리 해놓아서 그런 착각을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런 밝은 작품들만 한정하여 본다면 쇠라의 색감을 마티스의 붓터치로 표현한 듯한 느낌이다.

뭉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그림인 절규도 괜찮았지만 개인적으로 이번에 전시된 작품 중에는 마돈나가 가장 인상깊었다. 어쩌면 마돈나가 더 뭉크 스타일을 잘 대변해 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작품 외적으로 전시회에 관하여 언급하자면, 무슨 금속탐지기까지 설치해 놓고서는 검사는 좀 엉성하게 하는 모습이 좀 우스꽝 스러웠다. 난 공황 보안수준을 요구하는 줄 알고 벨트도 풀어야 하냐고 물어보니, 그냥 지나가라고 한뒤, (당연히 삑삑 울리지만) 그냥 가방 한번 열어 보겠다고 하고 통과... 그럼 금속탐지기는 왜...?

또 한가지 거슬리는 것은 오디오가이드였다. 원래 한가람 미술관의 오디오 가이드는 전시회 오디오가이드 전용 디바이스라서 전시실 내의 적외선의 도움을 받아서 가까이 가면 자동으로 해당작품의 안내가 나오는데, 이번에는 그냥 범용 안드로이드 디바이스가 사용되어서 손수 찾아서 재생을 해야 했다. 게다가 이 기기를 살짝 피봇만 하면 순서가 처음으로 돌아가서 나중에 20번 정도의 작품을 감상하려다가 20번을 눌러서 해당 작품에 도달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보통 난 다른 사람 귀에 끼었던 걸 내 귀에 끼우기 싫어서 내 이어폰을 꼽아서 듣곤 하는데, 이상하게 내 이어폰을 꼽으면 소리가 매우 작게 들리는 관계로 그냥 제공된 이어폰으로 들어야 했다.

금년 들어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한 작품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들이었지만, 오디오가이드가 심히 거슬렸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