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PC 조립

PC를 새로 장만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을 수 있겠는데, 첫째는 기존의 PC가 노후화 되어 견디기 힘든 경우, 두번째는 기존의 PC가 망가진 경우 정도가 되겠다. 그런데, 요즘은 이 두 가지 이유 모두 잘 일어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첫번째, PC의 노후화는 다시 말하면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기존 PC가 쓸모없게 되는 버리는 상황을 의미하는데, PC 산업이 예전에 비하여 매우 느리게 발전하고 있는지라 최신 게임 최상의 옵션으로 하려는 목적이 아니라면 기존의 PC로도 크게 불편함이 없다. 두번째, PC가 망가지는 경우도 기술의 발전함에 따라 PC 부품들의 내구성도 함께 올라가고 있는 터라 잘 망가지지도 않는다.

5년전에 맞춘 내 데스크탑은 그동안 조금씩 업그레이드를 거듭하였기 때문에 기존 부품 중에 처음 조립했을 때부터 쓰던 부품은 (케이스는 예외로 치고) M/B와 파워서플라이 밖에 없다. 망가지지도 않았다. 즉, 꽤 쓸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5년만에 새로운 PC를 조립한 것은 다른 이유때문인데, 기존 PC를 서버 전용으로 사용하고 새로운 PC로는 뭔가 새로운 것 등을 자유롭게 시도해보려는 목적 때문이었다. 서버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PC를 껐다켰다 하기는 좀...

예전에는 새로 PC를 조립하게 되면 높은 성능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인하여 살짝 들뜨는 기분까지 들었는데, 이제는 그런 기분은 커녕, 조립하는 것도 귀찮고 윈도우를 다시 설치하는 것은 더 귀찮다. 이래서 사람들이 랩탑을 사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도, 난 책상앞에 앉아서 사용해야 하는 데스크탑에 대한 쓸데없는 애착이 있기에 그냥 이 번거로운 일들을 꾹 참고 하곤 한다.

다 조립한 모습
평소에는 열어 놓고 쓰곤 하지만, 옆면 뚜껑이 공기순환을 고려하여 타공되어 있기에 닫고 사용할 예정이다

요즘에는 CD/DVD를 사용하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ODD를 달지 않았다. 사실, 5년전에 조립한 PC에도 ODD를 안달고 쓴지가 꽤 됐다. 그리고, 이러한 추세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알루미늄 케이스가 있어서 선택해 보았다. KoreaCraft라는 회사에서 만든 S5라는 제품인데 생애 최초로 좀 비싼 돈을 주고 알루미늄 케이스를 선택하였다. 그나마 알루미늄 케이스 중에서는 저가라고 할 수 있는데, 그래서인지 마감이 좀 불만족스럽다. 모서리가 (손을 벨 정도는 아니지만) 꽤나 날카로워서 조립을 마친 다음에는 (특히 엄지) 손가락이 걸레가 되어 있었다. 보기는 좋다. 그냥 방치해 둘 때는 잘 모르겠는데, 다 조립해 놓고 제자리에 놓아 두니 나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특히 작아서 좋다. 아마 m-ATX 보드용으로 나온 제품 중에는 가장 작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픽카드는 기존 PC에 설치되어 있는 ATi 라데온 HD5750을 떼내어 재활용하였고, 메모리는 (곧 16GB * 4세트를 추가할 예정이지만) 일단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G.Skill 2GB * 2세트를 활용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새로 구입한 부품들은 아래와 같다:

ASUS H97M-E STCOM
Intel Core i5-4460
MICRON Crucial M550 256GB
SilverStone Strider SFX ST45SF

SSD는 처음에 그냥 무난하게 삼성전자의 제품을 선택하려고 하였으나, 840 EVO는 요즘 오래된 파일의 전송속도 이슈가 불거져 나온 상황이라 포기, 840 Pro나 850 Pro는 가격대 성능비에서 포기, 결국 마이크론 제품을 선택. 나름 성능이 괜찮은 것 같긴 한데, 이상하게 윈도우7에서 체험지수가 5.9밖에 나오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여 좀 의아해 하고 있다. 이건 HDD에서나 나올 법한 점수인데...

파워서플라이는 기존에 애용하던 회사인 에너맥스에서 더이상 m-ATX 제품을 생산/판매 하지 않는 것같아서 그보다 4만원정도 더 비싼 실버스톤 제품을 선택하였다. 온도가 일정수준이상 올라가지 않을 때는 팬이 돌지 않는 기능이 있어서 더 조용하다. 지금은 CPU 쿨러때문에 별로 티도 안나지만, 차후에 CPU 쿨러도 noFan으로 바꿀 예정이다.

M/B는 M.2 소켓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M.2 소켓이 있는 제품 중에서 가장 저렴한(?) 것으로 선택을 하였다. 요즘 나오는 바이오스는 예전에 비해서 그래픽 환경으로 변경되어 무척 화려한 편인데, 난 이 화려함이 복잡함으로 다가와서 세팅에 고전을 좀 했다.

CPU는 앞으로 AMD 제품은 사용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한 상태라 인텔로 이미 정해 놓았고, 코어 시리즈의 쿼드코어 중에서 무난하다고 생각하는 녀석인 4460으로 선택하였다.

앞으로 RAM 좀 업그레이드 하고, CPU 팬만 바꾸면 적어도 향후 약 2년간은 업그레이드할 일이 없을 것같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