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헌터 이상헌의 『매크로 스윙 트레이딩』

알파헌터님의 블로그는 예전에 RSS로 구독해 놓고 수시로 방문해서 글을 읽었었는데, 유료화된 사이트를 론칭한 이후로 블로그에는 글이 자주 올라오지 않아서 구독을 끊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글에서 풍겨져 나오는 깊이에 놀라곤 하였고, 그래서 책이 출간되었을 때 살까 하다가 어쩌다보니 지금에서야 사서 읽어 보게 되었다. 아마, 당시에 종이책으로 살까 e북으로 살까 고민하다가 나중에 생각해보기로 하고 리스트에 넣어 두었는데, 뒤로 너무 밀려 버린 것같다.

내가 책을 고를 때 많이 참고하는 채훈아빠님의 블로그에서 추천이 되어 있고, 댓글에도 이 책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여 별로 망설임없이 구매를 했는데, 책에 대한 평을 말하자면, 음... 책보다는 경제월간지를 읽는 느낌이 들었다. 책의 출간이 2009년 말인데, 당시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이 전세계적인 금융위기로 퍼진 후에 회복되는 과정이 한창 진행될 시기였고, 책은 그 당시 시점을 기준으로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듯하다. 또한, 쳅터 하나하나는 주옥같은 이야기인데 각 쳅터간의 상관성이나 전체적인 흐름이 메끄럽지 않은 것이 좀 읽기 거북하다. 그럼에도 순식간에 읽어 버리긴 했다. ㅋㅋㅋ

2014년 겨울의 시점에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으로부터 불거져 나온 금융위기에 대한 정리를 다시 보는 것은 꽤 지겹다. 2009년 책을 쓸 시점에도 이미 저자가 너무나 많이 나온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니 짧게 정리하겠다고 서두에 밝힌 마당이니, 5년이 지난 지금은 거의 고전처럼 뇌리에 박혀 있는 MBS나 CDS 등의 단어를 보자마자 싫증이 나려한다.

게다가 책의 적지 않은 분량은 플크루그만의 저서 중에 하나인 『경제학의 향연』에서 이미 접했던 내용이 많은지라 좀 당혹스럽다고 할까. 인용되었다라고 씌여진 부분 뿐만 아니라 케인지언과 시카고 학파, 오스트리아 학파에 대한 대립 등에 대한 내용은 꽤나 유사한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일어났던 여러 가지 금융위기, 특히나 파생상품으로 인하여 더 악화되었던 사건들을 중심으로 열거되어 있는 이야기들은 꽤나 흥미롭고 잘 정리되어 있었다. 참 명쾌하다. 그와중에 무리한 배팅을 하여 포지션이 노출되고 나면 여기저기 늑대들이 나타나 물어 뜯는다는 비유는 섬뜩하기까지 하다. 그래서, 나도 (가소롭기 짝이 없는 포지션이지만) 앞으로는 월간 매매일지를 제한적으로만 공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뜯어 먹히고 싶지 않아 ㅜ.ㅜ

이 밖에도, 저자가 일본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어서인지 일본이 어떻게 호황과 불황을 맞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정말 명쾌하게 정리가 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종종 블로그를 통해서 초보 트레이더들에게 추천하는 200일선을 이용한 매수/매도 전략을 책에도 잘 정리해 놓았다. 난 웬지 이걸 잘 이용하지 않게 된다. 이전부터 5/20/60/120일선을 사용해 와서 그런지 200일선은 어색하다.

출간할 당시에 읽었다면 엄청난 감동을 받았을 책인데, 2014년에 읽기에는 좀 늦지 않았나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책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