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잡The Job』 더글라스 케네디

『더잡』, 내가 읽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네 번째 소설이다. 앞서 읽었던 『빅픽처』, 『위험한 관계』, 『모멘트』에서 대부분 만족감을 얻었기에 이번에도 기대치가 꽤 높은 상태에서 읽기 시작하였다. 이 높았던 기대치를 만족시킬 만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역시 그만의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재능은 여전히 이 소설에도 반영되어 있다.

Job을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중의적 의미로 사용한 것일 수도 있고... 주인공 네드Ned가 "컴퓨월드"라는 PC잡지사에서 광고 수주에 탁월한 재능을 과시하며 잘 먹고 잘 살다가 갑자기 회사가 인수합병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사건이 벌어지고 그 사건의 대응에서 실수를 거듭하며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한번 더 나락으로 떨어진 후에 반전을 한다는... 뭐 그런 내용이다.

사실, 난 제리의 옭가미에 걸려 들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기 전, 즉, 회사에서 구조조정되고 여러 허접한 직장을 전전하며 아내와의 관계도 점차 멀어지는 그 과정이 좀 더 흥미진진했다고 생각한다. 제리와 일하게 된 이후의 이야기는 뭐랄까 너무 허무맹랑해서 현실을 잘 반영하는 듯하던 소설을 읽고 있다가 갑자기 무협지를 읽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스릴이 넘치기는 해도 공감이 잘 안되더라는...

내용 중에서 비싼 레스토랑에서 가격을 보며 놀라는 대목이 종종 나오곤 했는데, 그 놀라워 하는 가격이 한국에서 가끔 살짝 무리해서 가곤 하는 레스토랑에서 경험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서울의 물가가 이만큼 올랐나라는 생각을 하고 읽었는데, 나중에 역자 후기에서 시대적 배경이 98년즈음이라는 이야기에 이제서야 "아..."라고 공감했다. 아무렴 서울 물가가 비싸도 맨하튼만 할까.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