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내가 극장을 찾게 만드는 장르의 90%는 아마도 SF, 환타지, 액션 이 세 장르라고 보면 되는데, 나머지 10%에 속하는 영화중에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가 포함되었다. 소설로 출간되어 미국에서 엄마들의 뭐시기라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하던데, 한국에서도 그정도였는지는 잘 모르겠고, 과연 여자들의 관점에서 보는 야동은 어떨까라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극장을 찾게 되었다.

이 영화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왕자같은 남자를 만나 신데렐라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려나 했더니 변태였더라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조금 덧붙이자면 그래도 미련이 남아 취향에 맞춰 주려 하는데 워낙에 독특하여 지치더라 정도?

캐릭터들은 일반적인 여자들의 환타지를 잘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예쁘지만 자기가 얼마나 예쁜지 몰라서 잘 안꾸미고 다니고 착하고 순진한 여주 캐릭터, 그리고 모든 것을 다 갖춘 남자지만 과거의 상처가 있는데 이제까지 만난 여자들과는 다른 순수한 여자에 반하여 이 여자를 통해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고 위안받겠다는 남주 캐릭터, 꽤나 전형적인 공식인데 이것을 좀 더 적나라하게 만든 이야기라고 보면 된다. IMDB의 관객점수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닌데, 뭐 이런 류의 영화를 보면서 그런 점수 참고할 필요는 없을 것같으니, 호기심이 생기면 그냥 가서 보면 된다.

작년에 니드포스피드라는 레이싱 영화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그리 큰 비중은 아니지만 나에게 꽤 임펙트 있는 인상을 남겼던 배우가 바로 다코타 존슨Dakota Johnson으로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 아나스타샤 스틸Anastasia Steele역을 맡았다. 니드포스피드를 볼 때 참 러블리하게 생긴 여자인데 비중이 너무 적어 아쉽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에서는 정말 원없이 볼 수 있었다. 워낙 적나라한 씬도 많아서 침을 꼴깍꼴깍 삼키며 열심히 감상했다. 풍기는 이미지도 정말 이 역할에 잘 맞을 것 같이 생겨가지고... 완전히 몰입해서 봤다.

초반 20분정도는 자꾸 달달한 로맨스 영화의 스타일로 몰고가서 이런 진행에 익숙하지 않은 나는 손발을 오글오글거리면서 지루함을 달랬다. 물론, 그 다음부터는 으흐흐... 그런데, 이 영화가 이걸로 끝이 아닌 것같다. 꽤 애매한 타이밍에 크레딧이 올라가고 극장이 환해진다. 후속편이 있는 것인가? 기다려 주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