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누스 『깊은 상처』 넬레 노이하우스

넬레 노이하우스의 타우누스 시리즈, 세번째 편인 『깊은 상처』를 읽었다.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라는 책의 제목에 끌려서 타우누스 시리즈를 세트로 구매했다가 첫번째 편 『사랑받지 못한 여자』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아서 실망했음에도 꾸준히 읽어 오고 있다. 두번째 편인 『너무 친한 친구들』은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기에 이번에도 그정도의 수준만 되었으면 좋겠다라는 기대수준인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결론적으로 이 번편은 지난 두 편과 비교하면 엄청난 스케일이다.

1편과 2편에 이어서 보덴슈타인 형사와 키르히호프 형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스케일이 엄청나게 큰 이야기이니 만큼 기억해야할 등장인물들의 수도 좀 많이진 듯 느껴지고 그들이 관계도 좀 복잡하다. 독일식 이름들에 적응이 되지 않아 영미권 소설이나 국내 소설을 읽을 때보다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읽다 보면 적응이 되고 햇갈리던 부분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스케일이 크다라는 말을 좀 풀어서 이야기해 보면, 우선 독일의 과거사를 비짚고 들어간다. 역시 과거사라고 하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시의 나치즘에 의해서 독일 전역과 유럽에서 벌어진 여러 가지 비극적인 사건을 의미하는 것이고, 특히 『깊은 상처』에서는 동프로이센에서 있었던 비극을 피해자 또는 가해자 개인들의 입장에서 파헤치고 있다.

명분이 있는 살인이 있을까마는, 그런 것이 있다면 과연 용서받을 수 있는 것일까? 물론 법의 테두리에서는 참작 정도가 전부이겠지만 도덕적 잣대로 보자면 용서받을 수 있는 살인도 분명 있는 것같다.

타우누스 시리즈를 읽으면서 의외라고 생각되는 부분이 하나 있는데, 독일의 치부를 상당히 자주 보여준다는 점이다. 한국인들은 늘 한국인의 시민의식결여나 복지에 대한 갈망 등으로 열등감에 빠져 있곤 하지만, 타우누스 시리즈를 통해 보여지는 독일은 한국과 마친가지로 엄청난 빈부의 격차나 자잘한 시민의식의 부족 등을 겪고 있는 듯 보인다. 뭔가 유럽의 대표국이라는 위상에 휩쌓여 막연히 존경의 감정으로 독일이라는 나라를 바라보는 우리지만, 사람 사는 곳은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소설이다.

마침내 타우누스 시리즈를 사게 만든, 네 번째 이야기,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볼 차례가 되었다. 좀 인터벌을 두었다가 두달 후 정도에나 읽을 계획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