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의 질주: 더 세븐

레이싱이라는 장르는 많은 남자들, 때론 일부 여자들을 열광케 한다. 그런데, 이런 레이싱 장르를 시리즈로 이어오고 있는 것은 현재 분노의 질주 시리즈 뿐이다. 순수 레이싱이라는 장르로 시리즈물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에 주로 범죄와 레이싱이라는 복합적인 장르로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일반적이고,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그런 장르의 전형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벌써 일곱번째. 쉬운 일이 아니다. 범죄라는 소재를 적절히 사용한다고 해도 어떻게든 달릴 명분을 만들어 주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지 않는가! 그래서 (때론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이 거슬리긴 하지만) 일곱번째 시리즈까지 만들어진 분노의 질주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일곱번째 버전은 나름 이 명분을 잘 녹여 놓았는지라 "말도 안돼!"라는 생각이 그리 많이 들지는 않는다. 개인적으로 이번 7편이 가장 짜릿한 액션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번 일곱번째 시리즈에서는 새로운 액션 배우가 등장한다. 바로 제이슨 스타뎀Jason Statham! 언젠가 차세대 액션배우의 선봉은 제이슨 스타뎀이 설 것이라는 예상을 했었던 기억이 나는데, 제이슨 스타뎀의 현재 입지가 그 당시보다 돋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그가 "선봉에 서있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은 아닌지라 이 예상은 조금 더 시간이 지나봐야 결과를 알 수 있을 듯하다.

제이슨 스타뎀의 액션도 멋있지만 그가 몰고온 마세라티 (아마도) 기블리도 참 매력적이다. (사실, 예전 영화때문에 왠지 아우디를 몰고 나올 것이라는 상상을 하긴 했다.) 도미니크의 아메리칸 머슬에 도전하는 잘빠진 이탈리아 감성의 스포츠세단이라는 대결구도는 참 잘 생각했다는 생각이 든다. 아메리칸 머슬들 보다는 마세라티에 애정이 가는 나로서는 두 차가 충돌해서 찌그러질 때 안타까웠던 것은 역시 마세라티쪽이었다.

엄청난 해커로 등장하는 나탈리 엠마뉴엘Nathalie Emmanuel은 왠지 낯이 익다 싶었는데, 역시나 왕좌의 게임에서 데너리스 밑에서 비서노릇 통역노릇 해주는 미산데이라는 아이로 나왔던 배우였다. 왕좌의 게임 시리즈 팬으로서 왕좌의 게임에 등장했던 배우들을 다른 영화에서 보면 참 반갑다.

그리고 이번 시리즈에 꼭 언급해야할 배우가 있다. 그렇다. 바로 폴 워커Paul Walker. 얼마전, (분노의 질주 시리즈 팬들에겐 브라이언 오코너Brian O'Conner로 더 익숙해져 버린) 폴 워커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심정은 참... 어떤 매체를 통해서든 자주 접한 이들의 죽음은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이 생기게 마련이다.

그렇기에 이번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은 폴 워커의 유작인 셈이다. 그래서, 과연 영화에서 폴 워커가 얼만큼 영화를 찍었는지가 궁금했었는데, 사망시기는 촬영을 다 마친 후인 듯하다. 그를 위하여 좀 오글거리는 씬들이 많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의 촬영 공백이 느껴지는 장면은 없어 보인다.

앞으로 폴 워커 없이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계속 될 지는 잘 모르겠다. 오코너가 없는 분노의 질주가 잘 상상이 안되긴 하지만, 이미 빈 디젤Vin Diesel의 비중이 워낙에 커진 상황이기도 하고, 시리즈를 거듭할 때마다 관객들의 지루함을 달래주려는 의도인지, 새로이 내노라하는 액션배우들, 이를테면 이미 맹활약하고 있는 드웨인 존슨Dwayne Johnson이라던지 이번에 합류한 제이슨 스타뎀 등이 등장하는 상황을 비춰보면 여덟번째 시리즈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