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 존 퀴긴

경제(학) 관련 서적들을 꾸준히 읽다보면 2007-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다루지 않는 책을 찾기 힘들 정도로 중복되는 내용이 많아서 점점 지겨움을 느끼게 된다. 하나의 사건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는 하지만, 나중에는 그것도 딱히 차이점을 느끼기 힘들다. 그래서, 또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얘기군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이번에 읽게된 『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도 물론 이러한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지만, 대체적으로 그리 비중을 두고 있지는 않기에 지루함을 느낄 새가 별로 없었다.

이 책의 원제는 『Zombie Economics』인데, 원제나 한국버전 제목이나 책의 내용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역사적으로 주류로 인정받았던 많은 경제학설이 어떻게 반박당했는지, 또한 반박당한 후에도 여전히 끈질기게 살아남아 있는지에 대해서 비판하고 있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크게 다섯 가지 쳅터로 되어 있는데, 각 쳅터마다 이미 틀린 이론이지만 좀비처럼 살아서 여전히 잘못 사용되고 있는 주장들을 조목조목 반박해준다.

첫번째 쳅터에서 그린스펀이 주장한(?) 20세기 중반부터 후반에 이르렀던 대안정기가 계속되지 않고 2007년에 서브프라임모기지론 사태를 시작으로 무너졌다라는 이야기인데, 이미 많은 경제관련서적에서 다루었던 내용이고 딱히 반박할 일도 아닌데 날을 세우는 듯하여 그리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그저, 물가는 안정되고 성장도 잘 되던 그런 시기는 향후 가까운 미래에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만 이해하면 될 듯하다.

두번째 쳅터에서는 효율적시장가설에 대한 비판이 주요 내용이다. 파생상품 시장에 플레이어로 참가하는 사람으로서, 이미 효율적시장가설을 믿지 않고 있는지라 그저 공감만 하고 넘어갔다. 효율적시장가설을 믿었다면 내가 주식시장에 참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세번째 쳅터에서는 고전 케인즈학파들의 주장들, 이를테면 동태확율일반균형, 필립스 곡선 등의 거시경제의 초기 주장들에 대한 비판으로, 이것들은 이미 경제학 교과서에서도 이와는 다른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을 다루고 있고, 최근에 케인즈 학파에 속하는 이들이 주장하는 바와 다소 다른 터라, 그냥 케인즈학파와 보수주의학파들간의 역사적 투쟁(?)을 이해한다는 측면에서 접근하였다. 예전 폴 크루그만의 책들 중에서도 이런 경제학의 역사를 다룬 책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다시 한번 정리하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쳅터4에서는 트리클 다운효과에 대한 비판한다. 한창 폴 크루그만의 주장에 관심이 많았던 시기에 트리클 다운효과란 없다라는 폴 크루그만의 반박을 워낙에 자주 들어서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터이다. 그럼에도 트리클 다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좀비같은 이론인 것은 맞는 듯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트리클 다운 효과를 기대하고 펼치는 정책은 빈부의 격차를 심화시킬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쳅터5에서는 민영화실패에 대해 다루게 되는데 영국 철도 등의 흔히 들어 왔던 예를 비롯하여 다양한 예들이 등장한다. 우리 나라도 이명박 정권 시절에 민영화를 추진하다가 여론이 거센 비판에 직면하여 많은 부분에서 후퇴하였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어떤 부분은 민영화해서는 안되는지, 어떤 부분은 민영화를 해도 좋은지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인지를 하고 있는 상황인지라 책의 내용이 그리 어렵지 않게 이해가 되었다. 역시, 유틸리티 산업은 많은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다루는 것이 낫다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처음 리뷰를 시작할 때에는 쳅터별로 정리할 생각은 없었는데 쓰다보니 정리가 되어 버렸다. 각 쳅터별로 다루는 이야기들은 책 한권으로 다루어도 모자랄 내용들인데 잘 간추려 놓았다는 평을 하고 싶다. 반면에, 이 책에 나오는 주장에 대한 좀 더 전문적인 내용들을 이해하려고 한다면, 이 책은 다소 부족할 수도 있을 듯하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