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할런 코벤

나의 "언젠가 볼 소설들" 목록에 있던 작품들 중에서 하나가 갑자기 눈에 띠었는데, 그것이 바로 할런 코벤Harlan Coben의 『숲』이었다. 너무 단순한 이름 때문에 제목 보다는 저자로 검색을 하는 것이 편한 작품이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워낙에 너덜너덜한 상태라 이 소설이 이렇게 유명했었나라고 의아해 했는데, 읽고 나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정말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20년전에 있었던 여름캠프장에서의 사고 때문에 여동생은 살해되고 그 일로 어머니는 집을 나갔다. 아버지마저 실성한 사람처럼 죽은 여동생 시체 찾아 다니는 등 집안이 풍지박산 났는데, 결혼해서는 마누라도 죽었다. 이런 기구한 운명의 남자가 주인공이다. 그리고, 어느날 갑자기 20년전에 여동생과 함께 죽은 3명의 아이 중 한 명이 살해된 채 나타나서부터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제목만 보곤 그저 잔잔한 이야기가 아닐까 했는데, 의외로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스릴러가 꽤나 탄탄하다. 좀처럼 누가 범인인지 힌트를 주지 않거니와 함정을 파놓아서 책을 다 읽기 전까지 범인을 알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범인이 파악되고 나서도 워낙에 사건에 연루된 자들이 많은지라 정말 "나쁜놈"이라고 손가락질 할 수 있는 범인은 한 명 뿐이다. 선과 악이 모호하게 얽혀 있는 이야기는 여운이 많이 남는다. 그리고 난 이런 이야기를 좋아한다.

꽤 두꺼워 보여서 좀 부담스러웠는데, 읽기 시작하니 부담은 커녕 순식간에 책장이 넘어간다. 최근에 좋아하는 작가가 누구냐고 물으면 망설임도 없이 더글라스 케네디Douglas Kennedy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번에 읽은 할런 코벤의 『숲』은 더글라스 케네디의 작품들과 견줄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할런 코벤의 다른 소설도 이렇게 재미있는지 아니면 『숲』만 유난히 잘 씌여 진 것인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기회가 되면 할런 코벤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볼 생각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