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로저스의 『상품시장에 투자하라』

얼마전 해외선물 관련하여 참석했던 세미나에서 Mr.Corn이라는 이름으로 강의를 하시는 분이 상품선물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 준비 차원에서 읽어야 할 책을 몇 권 안내해 주셨는데, 그 중에 하나인 『상품시장에 투자하라』를 읽게 되었다. 상품시장에서는 레전드급 인물인 짐 로저스Jim Rogers가 약 10년전쯤에 썼던 책이다. 읽고 나서 그 세미나의 내용이 상당부분 이 책에 설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처음 관심을 끌게 만든 것은 설탕에 대한 설명이었다. 설탕이 휘발유대신 자동차에 사용되는 에탄올 연료를 만드는데 사용된다면서 오일 가격이 설탕의 수요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설명하였다. 다만, 미국의 에탄올 연료는 대부분 옥수수로 만들어 진다고 한다. 이 말은 오일 가격이 역시 옥수수 수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됨을 의미한다.

위에 에탄올도 그러하지만, 여러 가지 상품 선물 중에서 내가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에너지쪽, 특히 오일쪽이라 예전에도 이와 관련된 서적을 몇 권 읽은 적이 있다. 뭐, 직접적으로 투자에 관련된 서적은 아닌지라 투자에 그리 도움이 되지는 못했지만, 앞으로 관련 투자/트레이딩 서적을 읽을 때 기초지식으로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짐 로저스는 북해유전이 발견된 69년 이후에 대형 유전이 발견된 적이 없다면서 오일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책을 쓴 후 10년이 지난 지금에서는 기술의 발달로 쉐일 오일/가스의 채산성이 높아진 상태인지라 오일 가격은 그가 주장한 반대의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10년전의 예측이니 그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그가 주장하는 오일 가격의 또 다른 요인인 중국의 성장은 그의 말이 옳았다.

주식시장과 상품시장을 비교하여 상품시장 투자/트레이딩의 유리함을 주장하기도 하였는데, 기업이 회계부정 등의 리스크가 있는 반면 원자재 시장에 직접 투자하면 그런 리스크를 떠안지 않아도 된다면서 적극적으로 상품시장의 우위를 주장한다. 그리고, 대체적으로 주식시장과 상품시장은 부의상관관계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는데, 이것이 달러 베이스의 미국 주식시장에 국한된 이야기인지, 우리 나라같이 이머징마켓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외에 흥미로웠던 내용은 사과만큼이나 유명한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이 연금술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24세에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이후에는 물리학을 접어두고 연금술에 집중했다라는... 헐... 게다가 당시 뉴턴은 런던의 주조소 책임자였기에 금본위제를 채택하고 있었던 당시 상황에서 금가격을 결정하는 자리에 있었으니, 과장을 살짝(?) 보태자면 전세계 금융시장을 뉴턴이 좌지우지하고 있었다라는 뜻이 된다.

이밖의 원자재로는 납에 대한 설명이 흥미로웠는데, 납이 중금속이고 환경을 오염시키는 금속이라는 이미지 때문에 새로운 납광산을 뚫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며, 그렇기에 납의 가격은 상승할 수 밖에 없다는 논리는 꽤 흥미롭다. 또한, 커피나무는 수요가 증가해도 제대로 키우는데 몇 년이 걸리기 때문에 곧바로 수요에 대응할 수가 없으며 이로 인하여 트렌드는 장기적으로 나타나며 금속과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고 한다. 물론, 다른 농산물도 비슷한 이유로 트렌드가 주가지수보다 장기적이다.

달러 베이스의 국가에서 투자/트레이딩을 시작하지 않은 나로서는 이로 인해서 FX에 대한 공부를 선행해야겠다라고 생각해서 외환시장에 대한 책을 먼저 읽었는데, 책에서는 달러가치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농산물시장이 우상향할 수 있다라고 주장하고 있기는 하다. 다만, 그가 주장한 18년의 주기가 맞다면 2015년은 이미 상승이 끝나고 하락이 시작되는 시기임으로 앞으로는 상품시장에 숏포지션을 베이스로 대응해야 한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