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요즘 헐리우드의 유행은 레트로인가 싶다. 얼마 전에는 이제 기억이 가물가물한 쥬라기공원 시리즈라면서 쥬라기월드가 개봉하더니 이번에는 터미네이터의 속편이 등장한다. 쥬라기공원은 대전에 꿈돌이동산 세워질 시절에 만들어진 공원이고, 터미네이터는 그보다도 9년전에 만들어진 영화다.

엄청난 사실은 아놀드 슈왈제네거Arnold Schwarzenegger가 31년 후인 금년 2015년도에 만들어진 터미네이터의 속편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도 등장한다는 것이다. 지금 20대들은 왜 아놀드 형님이 영원히 터미네이터로 인지되고 있는지 아마 잘 모를 것같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84년 본편이 개봉한 이후 정말 뜨문뜨문 속편이 만들어졌다. 정말 잊을 듯하면 나타난다. 그래서 시리즈의 연결성을 잘 기억해내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난 시간여행 개념이 들어간 영화들에 대한 이해에 취약한 경향이 있는데, 터미네이터는 시간여행의 개념이 핵심적인 소재이다. 그래서, 그냥 본편은 "I'll be back" 밖에 기억나는 것이 없다.

이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에는 꽤나 반가운 캐스팅이 포함되어 있는데, 아놀드 형님은 당연하고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는 TV시리즈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에서 데너리스 역할을 맡아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에밀리아 클라크Emilia Clarke가 사라 코너 역을 맡아서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내고 있다. 용없이도 잘 싸운다고나 할까... 카일 리스Kyle Reese는 다이버전트 시리즈에서 주인공 여자애 괴롭히던 녀석이다. 잠깐이지만 한국인 배우로는 이병헌이 T-1000으로 등장해 장렬히 전사한다.

그저 까메오로 출연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비중은 꽤 크다. "늙었지만 쓸모없진 않다"를 외쳐대며 시종일관 엄청난 활약을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사라 코너의 아버지같은 역할로 카일을 견제하는 깨알같은 재미도 선사한다.

에밀리아 크라크에 대한 느낌은 다소 색다르다. 늘 그녀는 왕좌의 게임의 데너리스 타게리안으로 각인되어 있는 상태인지라 낯설기도 하고 (다른 영화에서의 활약이) 반갑기도 하다. 타임머신 타는 장면에서는 상영등급을 지키기 위한 아쉬운 편집 때문에 짜증이 나기도 했다. (이미 왕좌의 게임에서 봤는데도... ㅎㅎㅎ)

스토리는 잘 모르겠다. 기계와 인간이라는 대결구도는 여전하고 스카이넷이 인간 반란군들에게 괴멸되는 시나리오가 점쳐지자 터미네이터를 과거로 보내 반란군의 수장인 존 코너의 탄생 자체를 막고자 존 코너의 엄마인 사라 코너를 죽이는 것, 그리고 그것을 막는 것이 핵심 내용일게다. 그렇다. 본편과 매우 유사하다. 다만 살짝 역사가 바뀌어서 사라 코너가 웨이트리스가 아니라 이미 여전사가 되어 있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이건 리붓도 아니고 프리퀄도 아니고 시퀄도 아닌 것같은 느낌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또 나온다면? 글세... 재미없을 걸 알면서도 그냥 마지못해 관성에 의해서 다시 극장을 찾게 될 것같다. 그래서 더는 안나왔으면 좋겠다. 이번이 마지막이었으면 좋겠다. 사실, 이번 제니시스도 에밀리아 클라크 나온다고 해서 그래도 반갑게 극장을 찾은 거지, 정말 보고 싶은 시리즈는 아니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