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은 맥주와 최악의 피자 @브롱스 with Joshua and Davina

스터디하는 곳 근처에 뒤풀이 장소로 애정하던 S.O.S.라는 캘리포니안 스타일 레스토랑이 문을 닫은 후 같은 자리에 생겨난 브롱스Bronx라는 펍을 방문해 보았다. 함께한 이들은 역시 Joshua and Davina.

치맥에서 파생된 줄임말인 피맥, 즉 피자와 맥주의 콤비네이션으로 홍보하는 곳인지라, 피자와 맥주를 주문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맥주의 퀄리티는 괜찮았지만, 피자의 퀄리티는 최악이었다.

우선 피자부터 언급을 하자면, 우리가 주문한 피자는 크림치즈피자인데, 사이즈가 어마어마했다. 정확히 지름을 재보지는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배달해서 먹는 유명 프랜차이즈 피자집의 패밀리사이즈보다 적어도 25%는 큰 것 같았다. 그럼에도 가격은 22,000원밖에 안한다. 가격대비 훌륭한 양에 만족해 하며 한입 깨물어 보았는데 맛이 나쁘지 않다. 내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얇은 도우를 사용했고, 토핑으로 올라온 크림치즈가 적당한 느끼함을 제공해준다.

그런데, 한 10여분이 지나자 피자의 식감이 급격하게 변질된다. 덜익은 밀가루가 떡진 느낌이다. 핫소스 등을 폭풍 발사하여 소스맛으로 꾸역꾸역 넘겼다 이런 거 먹고 살찔 생각을 하니 막 기분이 엄청 나빠진다. 태어나서 먹은 피자중에 가장 맛이 없다. 피자도 맛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깨달았다. 아니 어떻게 이런 피자를 제공해주면서 피맥이라고 홍보를 하는지... 이 피자만 그런 것인지 다른 피자도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조금 늦게 도착한 Davina에게 차마 이것만 먹으라고 그러기가 미안해서 다른 안주를 주문했다. Joshua 형님이나 나나 이것만 먹고 나오면 기분이 정말 더러울 것 같기도 하고... 소세지와 감자튀김과 바삭하게 구운 마늘 바게뜨 빵 세트였는데, 다행스럽게도 이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일부러 나쁘게 만들지 않으면 실패하기도 힘든 재료들이기도 하고...

맥주는 나쁘지 않았다. 처음에는 밀맥주를 주문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색깔이 좀 더 밝은 것만 제외하면 신맛과 단맛이 적절히 어울어지는, 하지만 특별히 홉의 향이 진하지는 않은 듯한 맥주였다. 저렴한 독일산 밀맥주같은 느낌이랄까. 그리고, Davina와 난 다른 종류로 한잔을 더 마셔 보았는데, 골든에일이라고 적혀 있는 이 맥주가 좀 더 나았다. 그렇다고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고... 홉의 향이 조금 더 나은 정도.

맛없는 곳으로 안내하여 두 사람에게 꽤나 미안한 하루였다. 만족스러우면 스터디 뒤풀이 때도 방문해볼까 했는데...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