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007 시리즈가 여전히 첩보영화계에서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 무렵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한 미션 임파서블도 어느덧 007 시리즈 처럼 한물간 첩보물 대접을 받고 있다. 슬슬 지겨워 지기 시작한다. 주인공인 에단 헌트Ethan Hunt역으로 꾸준히 등장하고 있는 톰크루즈Tom Cruise도 이제 50줄에 접어든지 오래이니 세월이 흐르긴 흘렀다. 그래도 꾸역꾸역 다음 시리즈가 등장하고 난 그냥 관성에 젖어 또 극장을 찾았다. 이번에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악당국가?

IMF, 즉, Impossible Mission Force 조직의 일처리가 너무 터프하다면서 CIA 관할로 들어가게 되는 운명을 맞이하고, 비밀요원이었던 에단 헌트가 자기가 몸담고 있던 조직과 CIA 요원들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쫓기는 몸임에도 악당들 정보 조사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꽤나 여유로워 보인다. 본 아이덴티티 시리즈에서 제이슨 본은 자기 앞가림 하기도 바쁘더만, 이 양반은 참으로 애국심이 투철하다.

이번에 새로운 여자 주인공이 등장한다. 일사Ilsa Faust 역할을 맡은 레베카 퍼거슨Rebecca Ferguson은 영화에서는 처음 보는데 딱 영국 미녀 느낌이다. 아마도 다른 곳에서 스틸 컷은 본 것같기도 하고, 왠지 낯이 익다. 영화에서는 에단 헌트와 비슷한 처지로 동병상련을 느끼게 되는데, 영국 첩보기관 소속이었다가 해당 기관과 등을 지게 되는 운명. 활약이 에단 헌트 못지 않다. 오히려 에단 헌트가 묻어가는 수준이다.

첩보물라고 분류하기가 민망할 정도로 뭔가 조여오는 긴장감같은 것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에단 헌트가 알아서 잘 처리할 것이라는 걸 우리는 그동안의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통해서 이미 여러번 경험해봤기 때문일 것이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망작으로 만든 것은 아마도 오우삼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후부터라고 생각되는데, 그 때 가면이 처음 등장했던 것같다. 그 이후로 이 시리즈는 참 싱겁다. 아무리 여러 설정으로 제약을 만들어도 악당 두목 얼굴과 똑같은 가면 만들어서 잠입하는 것은 이 시리즈를 재미없게 만드는 요소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다른 사람 이 가면 좋아하나? 나만 싫어하나?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