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최낙언

이전에 최낙언 교수의 다른 저서,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를 읽고 맛과 향에 대한 다양한 지식을 얻었던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 또한 많은 기대를 하였고, 기대한 만큼의 지식을 얻었다.

상당히 정갈하고 걸러진 단어와 문체를 사용함에도 불구하고 음식과 음식 재료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저자의 분노가 책의 이곳저곳에서 느껴진다. 저자는 그들을 건강전도사라는 명칭으로 부르는데, 때때로 특정인을 저격하는 듯 실명을 거론하며 그들이 언급한 잘못된 내용들을 반박한다. 그래서, 더욱 재미있다. 난 이미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를 통해서 저자에 대한 신뢰가 쌓인 상태인지라 이 책의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인데, 다른 독자들이 얼만큼 저자와 책의 내용을 신뢰할 지는 잘 모르겠다. 원래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속성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얼마 전에 읽었던 『과학 수다』라는 책에서도 언급된 것이 기억나는데, 위생가설Hygiene Hypothesis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너무 위생을 철저히 해서 우리의 면역체계가 딱히 할 일이 없어지면서 조그마한 문제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아토피의 원인이라는... 아직 설에 불과하지만 자꾸 들으니 정말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이어트 불가론에 대한 이야기도 재미있다. 위 속에는 혀보다 더 많은 감각수용체가 있고, 이들이 우리가 섭취한 음식에 대한 계산을 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굶거나 다른 살이 찌지 않은 음식을 먹음으로서 살을 뺄 수 있지만 결국 위가 그런 속임수를 눈치채버림으로써 강력하게 먹고 싶은 욕구를 자극하여 살이 찔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첨가물에 대한 주제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저자의 열정이 점점 더 뜨거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는데,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에서도 상당한 지면을 할애하여 설명한 바와 같이,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첨가물과 자연에서 얻는 첨가물은 우리 몸이 흡수할 때 어떤 차이점도 없이 똑같이 작용하며, 심지어 화학적으로 만들어진 첨가물이 더 엄격한 검사를 하기 때문에 안전하게 먹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특히나 아이스크림에 넣는 유화물도 이름이 유화물이라서 그렇지 매우 안전한 첨가물이니 적당히 먹으면 건강에 지장이 없다라는 뉘앙스로 언급을 하여 나를 매우 기쁘게 하였다. 베스킨라빈스31 사장 딸이 엄청나게 유해한 화학물질을 아이스크림에 넣는 것을 알고 불매운동을 한다라는 루머를 듣고는 베스킨라빈스 애호가로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었는데, 안심하고 아몬드봉봉을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어찌 기쁘지 아니할 수가 있겠는가! 책에서 특별히 특정 아이스크림 회사를 언급하지는 않는데, 베스킨라빈스31도 안전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ㅋㅋㅋ

그리고, 내가 잘못 알고 있던, 물론 많은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바로 칼슘이 뼈를 구성하는 요소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것이 잘못된 정보임을 알려준다. 뼈는 칼슘을 저장하고 있는 저장소이지 칼슘이 뼈를 구성하는 물질은 아니라는 것이다. 칼슘은 체내에서 99%가 뼈에 저장되어 있지만 나머지 1%가 실질적인 역할을 하며, 엄청나게 중요한 물질이기 때문에 뼈에 99%를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 쓰는 것이라고 한다. 오히려 체내에 너무 많은 칼슘이 있으면 많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칼슘 보충제를 복용시에는 여러 가지 제약사항이 따른다는 사실도 언급되어 있다.

이 밖에 미네랄로 분류할 수 있는 성분에 대한 많은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인이 칼슘 섭취를 방해한다는 둥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이것이 사실일 수는 있지만, 그런 거 신경쓰지 말고 그냥 먹으라고... 별 상관없다고 시원시원하게 설명해준다.

아마도 이 책의 절정은 인공감미료, 특히나 MSG에 대한 무해론일 것이다. 아마도 이유없이 가장 많은 비난을 받고 있는 것들 음식재료 중에 하나가 미원이나 다시다같은 MSG이다. 그런데, 저자는 매우 단호하게, 세상에서 MSG보다 더 안전한 조미료는 없다고 주장한다. MSG의 주 성분인 글루탐산나트륨, 그중에서 글루탐산은 우리 몸을 구성하고 있는 단백질, 그러니까 아미노산 중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매우 평범한 물질이며 섭취하는 양의 800배를 이미 몸안메 지니고 있으므로 그거 좀 먹었다고 뭐가 어떻게 된다는 사실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한다. 이 정도면 이제 MSG에 대한 따가운 시선은 거두어 들여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된다.

이 외에 흥미로웠던 것은 석유에서 뽑아낸 합성색소에 관한 이야기다. 엄밀이 따지면 석유도 결국 자연원료이니 천연원료라고 운을 띄우며 화학적으로 천연색소나 합성색소나 차이가 없다라는 내용이다. 먹는 것도 그러하지만, 화장품 원료 중에 석유에서 추출했으니 유해한 물질이라며 떠도는 소문이 살짝 신경쓰이곤 하였는데, 앞으로는 그런 의심을 하지 않기로 하였다.

추가로, 한약은 간을 손상시키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으니 자주 복용하면 위험하다는 내용은 좀 충격적이었다. 젓갈이 일급 발암물질이라는 사실도 역시 충격적일 수 밖에 없었다. 김치 안먹는 습관이 어찌나 다행스럽게 여겨지던지...

책의 내용을 다 다룰 수는 없고, 내가 흥미롭다고 생각하여 체크해 놓은 내용만 정리하였는데도 글이 꽤 길어져 버렸다. 정말 많은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책이다. 게다가 잘못 알고 있었던 사실에 대한 바로잡음은 살아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