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딩 리뷰, 2015년 9월물

근래에 이렇게 시장이 다이나믹하게 움직인 적이 있었나 싶다. 정말이지 바닥을 예측할 수 없는 하락세가 이어진 9월물이었고, 엄청난 변동성 장세가 펼쳐졌으며, 많은 플레이어들이 극적인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위기에서 잘 빠져 나왔으나 승리하지는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9월물이었다.

8월물 막바지부터 펼쳐졌던 하락세에 대한 반발심으로 난 상방 포지션을 롤오버했으나 예상이 빗나가며 9월물을 2M을 넘는 적자로 시작해야 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하락세가 쉽게 진정될 것같지 않다라는 판단을 하여 포지션을 델타중립의 양매도포지션으로 변경한 것이었다. 더 적극적으로 하방에 베팅을 하였으면 훨씬 더 좋은 결과를 얻었겠지만, 이미 너무 하락했다라는 고정관념이 머리에 박혀 있는 상태에서 시장을 객관적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물론, 시스템에서 하락시그널이 나타났다면 의심을 품었을 지언정 시그널을 따랐겠지만, 안타깝게도 하락 시그널이 나오지는 않았다.

시스템에서 하락을 감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이번 하락세가 좀 유별났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스템을 만든 나 자신의 식견이 부족한 것을 합리화할 생각은 아니지만, 최근 5년간 이런 식의 하락은 나타나지 않았기에 본질적으로 과거의 데이터를 근간으로 하는 시스템이 이를 감지하지 못한 것은 불가피한 면이 없지 않아 있었다. 좀 더 면밀히 다시 분석을 해봐야 겠지만, 차트상에서는 뭔가 폭락에 가까운 하락을 감지해낼 만한 징후를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델타중립적으로 양매도 포지션을 구축해 놓았음에도 엄청난 하락세가 나타나니 변동성은 커지고 이에 따라 옵션 프리미엄은 엄청나게 높아져만 갔다. 난 지속적인 하락세에 콜매도를 추가하며 델타중립에 맞춰나갔지만, 평가손실이 불어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고, 하락장세의 끝이라고 할 수 있는 8월 24일에는 급기야 손실이 11M에 육박하였다.

하방 베팅이 상책이었겠지만, 내 대처는 현실적으로 그리 최악의 선택은 아니었다. 풋옵션 매도 포지션으로 버티는 것이 최악의 대응이었겠지만, 다행히 그리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난 22일 정도 부터는 곧 반등 시그널이 나올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에 지속적인 하락에도 절망하거나 공포를 느끼지는 않았다. 물론, 하락 마지막날인 24일에 살짝 식은 땀이 나기도 하였지만... ㅎㅎ

내 시스템은 예상대로 25일에 반등시그널을 주었고, 마침내 난 자신있게 상방에 베팅하며 그동안 쌓였던 손실을 드라마틱하게 만회하는 것을 넘어 흑자로 전환을 하게 되었다. 24일날 나왔으면 더 좋았겠지만, 뭐 이정도도 엄청난 적중률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그 후에 일어났다. 시스템이 동시에 두개의 다른 시그널을 표기한 것이다. 기존에 상승시스널 이외에 다른 로직으로 구현한 시스템이 하락시그널을 나타냈다. 오히려 손실이 극에 달하는 하락세보다 이 시점부터 더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다. 상당한 고민끝에 좀 더 단기적인 시그널이 하락인 것을 따라 포지션을 변경했다. 그리고, 며칠 동안의 하락으로 내 결정이 옳은 듯했다.

안타깝게도 만기를 하루 남겨 놓은 9일의 폭등으로 하락 시그널을 따랐던 내 결정은 결과론적이지만 잘못된 것으로 판정되었다. 폭등 전에 하락 강도가 약해지며 좀 주춤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포지션을 정리하거나 방향을 바꿨어야 하는데, 나에게 그런 수준의 센스는 없었다. 정말 9일에는 오랜만에 분노라는 감정상태에 휩쌓였던 것같다. 그리하여, 호실적으로 끝나길 바랬던 9월물은 큰 소득도 큰 손실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수익흐름을 보면 당연히 안도해야 하지만, 9일의 감정상태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9일날 분노의 감정상태 때문인지 비이성적인 매매를 좀 했는데, 그 중에서는 한화케미칼 주식선물 매도도 포함되어 있다. 그동안 플레이어들이 구축했던 매도포지션을 급히 매수청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급격한 반등임에도 너무 안일하게 매도포지션을 잡았던 것 같다. 이로 인한 손실이 1.5M 안팎이나 된다. 역시 결과론적이지만, 이 실수만 하지 않았더라도 미미하게나마 흑자로 마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실수가 이것 하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아침에 그냥 상방포지션 깔끔하게 정리하고 항복했더라도 하루만에 7M 수준의 손실을 기록하지는 않았을텐데, 괜히 콜옵션 매도로 버티다 손실이 커져 버렸던 것도 매우 뼈아프다. 만기일에 풋매도로 대응하여 손실을 좀 줄인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어찌되었건 세달 연속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중이다. 손실폭이 극적으로 줄어 들고 있다는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삼는다. 높은 변동성으로 인해 옵션 프리미엄 측면에서 물반고기반인 시장이 조성되어 있는 만큼, 침착하고 현명하게 대응하여 10월물에는 훌륭한 성적표를 받겠다는 각오를 다져 본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