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아, 환상과 신화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산드로 키아Sandro Chia의 환상과 신화전을 관람하였다. 최근에 방문한 많은 전시회가 그러했듯이 마감을 얼마 두지 않고 쫓기듯 방문한 전시회였다. 그래서, 잘 모르는 작가임에도 특별한 배경지식을 공부하지 않고 무작정 전시회장을 찾았는데, 작품들이 꽤 신선하게 다가왔다.

산드로 키아의 작품들은 살짝 큐비즘의 영향을 받은 듯한 느낌을 주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트랜스 아방가르드Trans-Avantgarde 스타일로 분류된다고 한다. 아방가르드라는 말은 혁신적이다, 보수적임이나 진부함을 지양한다라는 의미로 해석되는데 이탈리아말로 Trans란 영어로 beyond라는 뜻이라니, 추측컨데,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흘러가는 현대미술의 경향을 넘어서 고전 미술과 현대미술을 적절히 조화하려는 시도가 아닐까 하는 예상을 해본다.

실제로 그의 작품들은 추상적이면서도 사물의 형상은 그럭저럭 유추할 수 있는 수준을 유지한다. 지나치게 추상화되어 압축된 의미를 해석하느라 피로감을 느끼곤 하는 나같은 아마추어 관람객에게는 그나마 진입장벽을 다소나마 낮춰준다는 의미에서 트랜스아방가르드라는 스타일은 참 고마운 양식이다.

전통적으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은 전시실 내부에서의 촬영을 금지하고 있기에 사진을 첨부하진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색감이 상당히 강렬하고 다채로우며 대비되는 색상도 과감하게 사용된 것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붓터치나 윤곽선도 상당히 거칠게 대담하다. 이러한 면에서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의 그림이 연상된다. 또한, 전반적으로 우울한 느낌 등이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작품과도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키아가 미술사에 대한 많은 연구를 통해서 자신의 작품에 과거 거장들의 스타일을 접목하기 위한 노력을 했다는 오디오가이드의 설명을 감안하면 내가 느꼈던 감정이 아주 이질적이지는 않으리라.

난 보통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는 전시회를 감상할 때 입장권의 가격으로 작품수를 유추하고 관람시간을 예상하곤 하는데, 이번 전시회는 다른 전시회보다 입장권의 가격이 저렴하여 관람시간을 좀 타이트하게 잡았다가 스터디에 지각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아무래도 유명세가 다른 작가들보다 덜하다 보니 입장권 가격을 좀 낮게 잡은 것같다. 관람시간이 한시간을 훌쩍 넘길 정도로 작품 수는 충분한 편이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