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카슬 브라운 에일

요즘 노원평생학습관에서 책을 빌리러 가는 길에 인근 홈플러스에서 파울라너 4캔에 1만원 행사로 저렴하게 맥주를 사오곤 한다. 좀 무겁기는 하지만, 요즘엔 조금씩 사오니 그리 부담도 없다. 주로 집에서 맥주를 마시는 건 주말 EPL을 시청할 때인데, 내가 워낙 주량이 적다보니 마시는 속도보다 쟁여지는 속도가 빨라 집에 술이 잔뜩 쌓여 있다. 특히나 한주 전인가 A매치 때문에 거르다보니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도 가면 또 사오고 싶다. 난 남들과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술을 좋아하는 것인 지도 모르겠다.

몇 주 전에 뉴카슬 브라운 에일New Castle Brown Ale이라는 녀석을 다른 맥주 사는 길에 하나 사가지고 왔는데, 이 녀석이 영국의 비싼 물가를 그대로 가지고 온 것인지 고작 350ml가 무려 6천원에 육박한다. 손을 벌벌 떨며 망설이다가 한 병 담아 왔는데, 몇 주 후에 이 녀석 3병에 1만원 행사에 풀려 버려 살짝 억울한 심정이다. 그렇게, 집에 쟁여 있는 네 병 중에 한 병을 마시게 되었다.

뉴카슬 브라운 에일을 이번에 처음 마시는 것은 아니다. 예전 Joshua 형님, Davina와 이태원의 어느 펍에 들러 런던 프라이드와 함께 맛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그 당시에 오묘한 맛을 잊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뭔가 기분좋은 소스가 혀에 감기는 느낌이었다. 오히려 런던 프라이드보다 더 낫다고 기억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마신 뉴카슬 브라운 에일은 그 당시의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묘한 맛은 나지도 않고 홉의 향도 희미했다. 냉정히 말해서 상당히 워터리했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지 잘 모르겠다. 물론, 생맥으로 마실 때와 병입된 것을 마실 때 차이가 나는 맥주가 있긴 하다. 바로 기네스가 대표적이다. 펍에서 생으로 마실 때는 특유의 걸죽함과 크리미한 거품이 조화를 이루며 고소한 맛이 극대화 되는데, 마트에서는 그냥 색깔만 흑색이지 바디감도 별로 없고 거품도 거친 느낌이다. 그냥 쓰기만한 맥주이다. 그런데, 이번에 마신 병입된 뉴카슬 프라운 에일도 이 정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일반적으로 에일은 다소 덜 시원하게 마셔야 하는데 내가 너무 차갑게 마셔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에일을 즐기기에 가장 적합한 온도가 12도라고 하는데, 난 냉장고에서 꺼내자 마자 따르면서 손이 시려울 정도였으니 12도보다는 훨씬 차가웠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다른 독일산 밀맥주들은 이런 온도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향과 바디감 등을 선사해주는데 반해, 이 녀석은 참... 이런 수준의 맥주를 6천원주고 사왔다고 하니 상당히 억울하고 화가 난다.

조금 섣부른 결론이긴 하지만, 영국/아일랜드계 맥주들은 펍에서 마시지 않으면 그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을 실감한 하루였다. 역시 맥주는 독일이 최고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