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레산드로 멘디니전 @DDP

어떤 미술전/사진전은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관람을 하기도 하지만, 종종 뭐 볼꺼리가 없나 뒤적이다가 별 기대하지 않고 관람을 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나에게는 이번 알레산드로 멘디니전이 후자에 해당한다. 딱히 끌리지는 않았는데, 그냥 주말을 좀 더 의미있게 보내고 싶다는 생각에 방문했던 전시회였다. 그런데, 기대치가 높지 않아서인지 만족도는 높았다.

서두의 내용에서 유추할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알레산드로 멘디니에 대한 정보는 거의 없다시피 DDP를 방문했기 때문에 오디오가이드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오디오가이드에서는 멘디니가 입체주의나 표현주의 등의 여러 가지 사조를 작품에 담아 냈다고 하는데, 확실히 특별한 스타일에 치우치기 보다는 작품마다 다양한 스타일이 반영되어 있음을 인지할 수 있었다. 뭐 좋게 말하면 다양함이고 나쁘게 말하면 자기 스타일이 없는 것이고...

또 한가지 특징은 그의 작품들이 과연 예술작품인지 산업디자인의 결과물인지 다소 애매하다는 것이다. 물론, 예술작품이 산업디자인에 반영될 수도 있고 산업디자인이 예술을 입을 수도 있는 것이니 굳이 경계를 그을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전문가가 아니니 어떤 관점에서 작품들을 감상해야 하나 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한 예 중에 하나가 베스킨라비스를 형상화한 작품이나 삼성 갤럭시기어2에 반영된 디자인 등이다. 어떤 것은 예술작품이라고 느껴지지만 어떤 것은 그냥 산업디자인이라고 인식된다. 난 개인적으로 베스킨라빈스라는 회사에 대한 호감도가 있다보니 관련 작품들도 호감이 간다.

프루스트 의자도 이번 전시회에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정말 엔틱한 특유의 모양은 같은데 다양한 스타일로 옷을 입혀 놓았고, 다른 관람객들에게 인기를 독차지 하곤 했다. 알록달록한 그의 스타일은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이런 가구(?)들을 내 집에 들여 놓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종종 이런 가구들로 장식된 인테리어를 감상하는 것은 즐거울 듯하다.

단순하면서도 본연의 역할을 잘 할 것 같이 생긴 스탠드는 집에 하나 장만해 놓고 싶었으나, 가격이 30만원에 육박하여 역시 디자인에 대한 댓가가 적지 않음을 실감했다. 비슷한 기능의 LED 스탠드는 3만원이면 살텐데... 으흘...

가장 탐이 나는 물건은 안나G, 와인따개인데 정말 재미있게 생겼다. 역시 그녀(?)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난 와인을 별로 즐기지도 않는데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을 보면 와인 애호가들은 집에다가 이런 와인따개 하나 장만해 놓겠다는 강력한 소유욕이 생길 것같다.

별로 기대하지 않은 전시회인데, 아기자기함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꽤나 만족도가 높은 전시회였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