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짬뽕전문점, 다래향

이번 제주여행에서 처음 먹게 되는 점심은 짬뽕. 그 전에 뭔가 먹기로 정해 놓았던 것 같은데, 유명한 짬뽕집이 있다는 심이누나의 돌발 제안에... 차를 몰아 다래향이라는 이름을 가진 짬뽕집에 도착. 참고로 제주도에는 현재 두 개의 다래향이 있는데, 우리가 간 곳은 조천읍에 있는 다래향이었다.

도착 전에 심이누나가 인테리어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주는 경고를 했기 때문에 인테리어 제대로 안된 집을 기피하는 나로서는 살짝 긴장했는데, 긴장할 정도로 누추하지는 않고, 그럭저럭 정갈하게 꾸며 놓았다. 게다가 외벽에는 사진에서 보이는 바와 같이 생선 그림도 그려져 있고... ㅎㅎㅎ

우리가 주문한 메뉴는 속풀이짬뽕, 굴짬뽕, 탕수육이었다. 우선 내가 선택한 굴짬뽕은 굴을 비롯한 조개 등의 해산물을 수붂히 쌓아 올려 놓은 모습이다. 정작 국수는 별로 없다는 느낌. 예전에 먹어본 굴짬뽕이 하얀국물던데, 다래향에서 나오는 굴짬뽕도 하얀국물 베이스다. 굴짬뽕은 원래 하얀국물인가보다. 난 매운 음식을 잘 못먹는데, 다행히 살짝 얼큰한 수준이라 편안히 먹을 수 있었다.

심이누나가 주문한 속풀이짬뽕은 살짝 국물만 떠먹어 보고 홍합 한두개 건져서 먹어 봤는데, 일반적인 짬봉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얼큰한 맛과는 달리 그리 맵지는 않았다. 물론, 해산물의 질과 양은 압도적이다.

이미 민박집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온 민웅이형은 따로 짬봉을 시키진 않고, 탕수육을 같이 나눠 먹었는데, 소스를 따로 주지 않고 그냥 튀겨진 고기에 부어준다. 찍먹이든 부먹이든 부먹으로 먹어야 한다. 파삭파삭함을 즐기는 찍먹파인 난 살짝 실망하였으나 옆에 찍어 먹으라고 주는 독특한 맛의 간장소스에 기분이 풀렸다. 맛이 오묘하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데리야끼소스맛이 난다. 고기의 질도 우수하다.

압도적으로 맛있다라고 말할 것까지는 없지만, 가격대가 그리 높지 않음에도 괜찮은 수준의 맛을 유지하는 것이 장점이다. 서울물가와 비교하면 고급중화요리집 수준의 맛인데 동네중국집 가격이다. 그 외에 개인적으로 식기들이 마음에 든다. 이런 걸 젠 스타일이라고 하던가. 유행은 지나갔다지만 난 여전히 이런 스타일의 식기들이 좋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