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로 전복해물탕 @그마니네

아침을 먹기는 애매하니, 점심/저녁을 한시간씩 당겨서 11시에 브런치를 먹고 오후 5시에 저녁을 먹기로 한 우리는 아침에 이호테우 해변을 감상한 후 브런치를 위하여 근처(?)에 위치한 그마니네라는 해물탕집에 들르게 되었다. 사실, 이것은 전복을 향한 나의 집착으로 인해 강행된 코스라고 봐야 할 것이다. 함께간 민웅이형은 국내에서 전복으로 유명한 곳은 완도이며, 따라서 제주에서 전복을 먹는 것은 그다지 의미있는 일이 아니라고 했다.

생각보다 비싼 가격표에 당황했지만, 뭐 전복이 들어가서려니 하고 주문을 하였다. 전복해물탕을 중자와 대자로 팔고 있었는데, 우리는 (1만원밖에 차이가 안나지만) 중자로 주문을 하였고, 공기밥을 몇 개 시키느냐 결정을 못하고 살짝 실랭이를 한 후에 공기밥 세 개를 시켰다.

몇분만에 전복해물탕이 신선한 상태로 버너위에 서빙되었고, 우리는 엄청난 비주얼에 잠시 행복해 하며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전복은 몇 개 안들었다? 중자 전복해물탕에는 일곱개의 전복이 들어 있단다. 전복해물탕 중자에 메겨져 있는 가격은 6만원인데, 왠지 전복을 개당 만원씩 내고 먹는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분이 살짝 나빠졌다. 주변에 있는 해물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내 생각이 얼굴에 드러났던 것일까? 심이누나와 민웅이형이 나 세 개 먹으라고 ㅋㅋㅋ 심지어 민웅이형은 나중에 하나 더 먹으라고까지 했으나 내가 정중히 사양하였다.

끓고 있는 중에 해산물들을 먹기 좋게 손질에 주고 어떤 것을 먼저 먹는지 설명해준다. 어떻게 먹는지도. 먼저 키조개를 다듬어 주면서 재료 제일 위에 얹어 놓으며 먹기 전에 끓고 있는 국물에 3초간 두 번정도 담군 후에 먹으라고 한다. 그대로 했더니 쫄긴한 식감이 괜찮다. 그 다음에 참조개를 먹었는데, 참조개의 식감이 가장 마음에 든다. 또한 전복은 색이 누렇게 변하면 먹으라고 하여 색이 변하자마자 드디어 맛을 보았는데, 전복의 식감은 기대했던 것보다는 별로 였으며 참조개의 식감에 미치지 못한다. 내가 전복의 식감에 반했던 것은 전복죽을 먹으면서였는데, 해물탕에 들어 있는 전복의 맛은 나의 집착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어제 다래향에서 새우같이 생겼지만 새우가 아닌 것이 두 개 들어 있었으나 먹을 줄 몰라 그냥 남겼었는데, 오늘 그것이 딱새우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이게 새우보다 먹기가 참 힘들다. 새우는 그냥 귀찮으면 껍질을 안벗기고 먹곤 하였는데, 이 딱새우라는 녀석은 이름값을 하는지 껍질이 새우보다 훨씬 딱딱하여, 머리를 자르고 꼬리를 자르고 몸통을 가위로 갈라서 살을 파먹으라고 설명을 해준다. 엄두가 안나서 포기하려는데, 민웅이형이 직접 시연하여 하나 건네 준다. 맛이 게살과 새우살의 중간맛 정도로 느껴진다. 오묘하게 맛이지만 이 번거로운 손질을 하면서까지 먹고 싶을 만큼은 아니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