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BK의 배신』 김경준

현 시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BBK에 대한 이슈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냐마는 우연히 정기적으로 방문하곤 했던 분의 블로그에서 당시 BBK 이슈의 또다른 핵심인물인 김경준씨가 옥중에서 쓴 『BBK의 배신』이라는 책에 대한 서평이 있길래 나도 한 번 읽어 보았다.

이 이슈가 불거져 나왔을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책을 읽은 결과, 핵심은 금산분리에 의해, 또는 금융감독원의 강력한 규제를 통해서 설립되어야 할 금융법인이 편법을 통해서 설립되었고, 그 설립 과정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김경준씨가 선을 넘어 섰으나, (책의 내용이 맞다면) 이 잘못을 모두 김경준씨가 뒤집어 썼고 심지어 대통령에 대한 모욕으로 괘씸죄에 걸려 중형을 선고받았다는 것이다.

이 책 이전에도 이미 국민들은 MB에 대하여, 부정한 방법을 이용했다라는 것을 믿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그러하다. 다만 이 책에서는 감추어진 사실들을 MB나 검찰측의 입장이 아닌, 김경준씨의 입장에서 서술하고 있기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난 이 책을 읽은 후 분노하기 보다는 두려움을 느꼈다. 국가가 얼마나 개인을 극한까지 몰아 붙일 수 있는지 실감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공권력이라는 것이 당시 미국 본토에 까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니 그 두려움이 배가된다. 추측컨데, 당시 대한민국의 지배층 집단들은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간절히 원했기에 다소간의 무리수를 쓰더라도 이에 방해되는 일을 해결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김경준씨같이 똑똑한 사람도 이런 함정에 빠져 인생이 제대로 꼬여버릴 수도 있구나라는 사실 또한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이 외에도 김경준씨 자신의 성장배경 등을 위하여 꽤 많은 지면을 할애하였는데, 뭔가 잘난척한다라는 뉘앙스를 받기도 하고 다소 지루하기도 하였으나, 일부는 내가 모르던 미국대학서열이나 IB들에 관한 지식을 얻게 되었다는 점에서 그다지 불만사항은 없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