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깨어난 포스

엄밀히 이야기 하자면, 난 스타워즈 클래식이라고 분류되는 4, 5, 6편보다는 프리퀄인 1, 2, 3편에 더 익숙한 세대이다. 1편을 보고서 감동을 받아 클래식들을 찾아 보면서 팬이 되었기 때문이다. 2편이던가 3편이던가, 극장에서 스타워즈 특유의 그 테마 음악이 우렁차게 울려퍼지자 관객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던 것이 기억난다.

스타워즈의 일곱번째 시리즈가 J.J.에이브람스에 의해 제작된다는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 종종 올라오는 예고편을 보면서 이 날을 기다려왔다. 그리고, 아쉽게도 개봉일 다음날에 이렇게 극장을 찾았는데... 대한민국이 스타워즈 시리즈에 그리 열광하는 나라로 분류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긴 했지만, 극장 좌석이 절반도 채워지지 않은 듯한 상황에 조금은 당황했다. 혹시 내가 다른 상영관을 찾았나 싶을 정도였다. 내가 방문한 시간과 극장이 바로메터는 아니니 뭐...

아마도 영화를 제작하면서 어떻게 하면 올드팬들을 극장으로 불러 모을까와 어떻게 스타워즈 시리즈를 한 번도 보지 않았던 신규 관객들에게 위화감없이 재미를 선사할까라는 두 가지 미션을 모두 고려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올드팬의 입장에서 확실히 극장을 찾을 이유는 있다고 확신한다.

올드팬의 향수를 자극하는 다양한 요소가 적시적소에 등장한다. 이미 예고편을 통하여 한 솔로Han Solo가 등장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것도 같은 배우가... 그렇다. 해리슨 포드Harrison Ford가 세월의 흔적과 함께 나타난다. 그런데, 프린세스 레아Leia가 역시 세월에 흔적을 가득 품고 나타는 순간, 정말 오랜만에 만난다는 반가움과 너무 늙어 버린 공주의 모습에 대한 안타까움이 복합적으로 느껴져 뭉클해졌다. 역시 영원한 레아공주 캐리 피셔Carrie Fisher가 거의 40년만에! R2D2와 C-3PO와 함께... 또 한명을 언급하려다가 스포일러가 될까봐 생략하기로...

이러한 요소들이 추억팔이로 폄하될 수도 있겠지만, 스타워즈 시리즈의 정통성을 이어나간다는 측면에서 이 배우들의 출연은 정말 훌륭한 결정이라고 평가해주고 싶다. 이런 뭉클함은 스타워즈를 처음 접하는 관객들은 느끼지 못하는 흥미요소일 것이 분명하여, 참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옛 사람들의 활약은 딱 그 정도이다. 새로운 세대들이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아나킨 스카이워커도 아니고, 루크 스카이워커도 아닌, 그의 후손들이다. 심지어 C-3PO와 R2D2도 뒷방 늙은이 로봇이며, 전장을 누비는 것은 새롭게 등장하여 귀여움을 독차지할 BB-8이라는 드로이드이다.

이번 편의 핵심은 제목이 정말 잘 설명해준다. 레이Rey가 서서히 자신에게 포스가 함께 한다는 것을 각성하면서 제다이의 길을 가는 초입부까지이다. 그렇다. 8편과 9편이 남아 있다. 얼마나 반가운가! 뿐만 아니다. 스타워즈를 스카이워커 가문의 크로니컬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레이를 결혼시켜서 10, 11, 12편도 만들어 낼 수 있다. 포스가 깨어나면서 나의 봉인되어 있던 덕력도 깨어나고 있다. 그래도 이제는 친구들끼리 헤어지면서 May the Force be with You 같은 거 말하고 헤어지지는 않을거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