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벤스와 세기의거장들 @국립중앙박물관

이제 벌써 8년전이다. 유럽여행 때 파리에서 본 루벤스의 연작 작품들의 화려함에 흠뻑 빠졌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마도 루브르 박물관에서였을 것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한 방이 모두 루벤스의 작품으로 점령(?)되어 있는데, 연작이기도 하고 작품 하나하나가 매우 거대하였다. 그래서, 루벤스의 이름을 걸고 하는 이번 전시에 대한 기대치는 꽤 높은 상태였으나, 결론적으로 그 기대치는 충족되지 못했다.

크리스마스라는 특징이었을까, 아니면 딱 사람 많은 시간이었던 것일까. 정말 사람이 많았다. 어쩌면 4시 30분이 가장 사람이 많은 타이밍이라서 그런 것일 지도 모르겠다. 전시회 보고 나와서 딱 저녁먹을 수 있는 시간... 난 미술/사진 전시회의 경우 주로 인적이 드물 것같은 타이밍에 가서 감상하는 것을 즐기는데 이번에는 그것이 잘 안되었던 것같다. 국립/시립 미술관/박물관들은 마감시간이 꽤 이르기 때문에 평일방문은 쉽지 않기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전시회에 대한 또다른 불만은 루벤스의 이름을 걸어 놓았음에도 루벤스의 작품수가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루벤스"보다는 "세기의거장들"에 초점이 맞춰진 전시라는 것을 전시회를 방문해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루벤스"를 "루벤스와 제자들"로 확장하더라도 작품수가 압도적이진 않다.

또한 루브르박물관에 있던 그 유명한 연작은 없었으며, 루벤스 하면 떠오르는 작품은 루벤스의 딸이 어렷을 적에 그렸던 초상화 뿐이었다. 그 작품은 내가 꽤 좋아하는 작품이었기에 다시 볼 수 있어 즐거웠음은 부정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다른 작품들은 좀... 아마도 내가 루벤스에 대해서 겉핧기 식으로 일부 작품에만 관심을 가졌기 때문에 식견이 부족한 면이 많이 작용했으리라... 본질적으로 난 바로크 시대의 작품들을 그리 선호하는 편은 아니다.

가이드온이라는 앱을 통해서 미리 구입하여 다운로드해 놓은 오디오가이드의 도움을 받았는데, 옥주현 나래이션을 맡았다. 요즘 오디오가이드 제작에 유명인들이 참여하는 것이 점점 트렌드가 되어 가는 듯하다.

좀 더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작품들을 알게 되는 기회라는 자세로 작품들을 감상했다면 좀 더 긍정적인 평가를 할 수도 있고,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었을텐데, 나의 감정상태는 왜 루벤스 작품들은 별로 없는 것인가에 대한 불평으로 가득차 있었기 때문에 그것이 불가능했다. 속았다라는 기분이 들어서리...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