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테이션』 더글라스 케네디

『빅픽처』를 읽은 이후 이어지고 있는 더글라스 케네디 작품들에 대한 열광으로 인해, 3개월만에 다시 그의 작품을 접하게 되었다. 내가 읽게 된 더글라스 케네디의 일곱번째 소설은 『템테이션』이다. 현재 한국어판으로 번역되어 나온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이 총 10권이니 이제 세 권만 더 읽으면 더글라스 케네디의 한국어판 소설은 모두 읽게 되는 셈이다. 그의 작품 출간 인터벌은 대략 1.5년이니 이 정도 페이스라면 내년말 즈음 그의 한국어판 소설을 모두 읽게 될 것같다.

오랫동안 무명작가였던 데이비드가 한순간에 헐리우드에서 손꼽히는 시나리오 작가로 일약 스타가 되었다가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더니 다시 그 유명세를 회복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다. 작가는 이 과정을 통해서 배경이 되는 로스안젤레스나 헐리우드를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듯하다. 한번 성공하기도 힘든데 끊임없이 성공하지 않으면 잊히진 존재가 되어 버리는 시스템에 대한 비판이라고 볼 수도...

전처였던 루시의 행동은 좀 의아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딸과 아빠의 정기적인 만남에 훼방을 놓아야 했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자신이 버림받았다라는 생각이 들었겠고 배신감에 치를 떨겠지만, 이야기 내에서 그녀의 행동은 마치 그녀 또한 플렉의 사주를 받고서 하는 행동처럼 느껴졌다. 역시 남자의 시선에서 책을 봐서 그런 것일 수도... 여성 독자들은 과연 그녀의 행동을 어떻게 생각할 지 궁금하다.

더글라스 케네디의 소설을 벌써 일곱권이나 읽게 되니 그의 작품들에서도 다소간의 패턴을 인식할 수 있는데, 이번에 느끼게 된 패턴은 주인공이 갑자기 감정통제에 실패하여 엄청난 실수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는 또 멀쩡히 정신을 추스리며 이성을 되찾는다. 『템테이션』에서도 주인공 데이비드가 갑작스레 맥콜에게 폭력적 행위를 거의 할 뻔한 지경에 이르는 대목에서 그러함을 느꼈다. 내가 이런 엄청난 일을 당해보지 않아서 과연 나 또한 이렇게 이성을 잃고 폭력적으로 변할 지는 잘 모르겠으나, 뭔가 이성적이었던 사람이 갑작스레 감정적이고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가 않았다.

위와 같이 다소 삐딱한 시선으로 바라본 비판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들이 보여주던 긴박한 진행은 『템테이션』에서도 유효하다. 최고 수준의 몰입감을 보장한다.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