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거 백화점 구경, 음료를 스스로 사마시다

샤오짜이역 D번출구에는 (아마도 시안시에서 가장 핫하다는) 싸이거 백화점이 있다. 영어로는 'SAGA'라고 써놓고 이걸 왜 '싸이거'라고 읽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다들 싸이거라고 읽는다. 그리고, 특이한 점이 중국은 백화점을 백화상점으로 쓰고 있으며, 읽을 땐 '바이화샹띠엔' 정도로 읽는다고 한다. 시안성벽을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려고 샤오짜이역에 간 김에 늘 궁금했던 싸이거백화점을 방문해 보았다.

한국에서도 백화점을 그리 자주 드나드는 편은 아니고, 각 코너를 세밀하게 관찰한 것은 아니라, 판매하는 품목의 퀄리티 등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했고, 다만 싸이거도 국내 백화점 못지 않게 삐까뻔쩍한 인테리어를 뽐내고 있다.

한국의 백화점은 전통적으로 최상층에 식당가를 만들어 놓고, 지하에는 슈퍼마켓 코너나 푸드코트 등을 배치하는 경향이 있는데, 싸이거도 비슷한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최상층인 7층에 식당가가 있는데, 조금 다른 점은 6층도 상당수의 식당들이 위치해 있다는 점이었다. 겉으로 보면 7층의 식당들이 좀 더 고급스러운 모습이었다. 다만, 지하 2층에는 푸드코트로 한정되지 않고 저렴해 보이는 식당가들이 위치해 있었고, 또한 여러 가지 악세서리 점 등이 위치해 있었으며, 지하나 최상층이 아닌 다른 층에서도 쌩뚱하게 식당이 입점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지하2층은 아마도 저연령층 고객을 타깃으로 배치를 한 듯하다.

최상층 식당가나 지하2층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려는 시도를 해보았으나, 특유의 소심함으로 인하여 그냥 둘러보기만 할 뿐 들어갈 엄두가 안난다. 말이 안통한다는 사실이 나를 이렇게까지 위축시키는구나라는 생각에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웠다.

대신, 음료를 하나 선택해서 마실 수 있었다. 시안에 오기 전에 여행지 조사겸 검색을 하다가 "앵그리버뜨의 다락방"이라는 블로그에서 싸이거 백화점에 코코CoCo라는 음료코너에 대한 극찬( http://sosohaji.blog.me/220340881454 )을 해서 시도를 하려고 하였으나, 중국어가 안되면 주문이 힘든 시스템인 듯하여 포기하고, 그 옆에 영어로 "It's Time to"라는 간판을 달고 있는 곳에서 음료를 사마실 수 있었다. 'Top10' 이라고 씌여져 있길래, 1번을 가리키며 달라고 해서 성공한 것이다. 먼저 계산을 하면 번호표를 주고 번호를 부르면 음료를 받아 가는 시스템이었는데, 내 번호인 74를 뒤늦게 알아 듣고는 머쓱하게 내 음료를 받아 나왔다. 곰탱이가 오기 전에 숫자라도 100까지 공부해 오라고 해서 나름 알아 들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여러 중국어 문장 내에 섞여 있는 숫자를 캐치한다는 것은 또다른 문제다.

찬 음료라는 기대를 했는데, 만저보니 따듯하다. 그래, 찬음료였으면 투명한 용기에 담아 줬겠지! 뚜껑을 열어 보니 메뉴판에서 보이는 것과는 다른 비주얼이다. 위에 화려한 토핑은 온데간데 없고 그냥 누리끼리한 물이 담겨 있다. 맛은 의외로 나쁘지 않다. 희석된 율무차나 미숫가루 맛이 난다. 그리고, 음료를 2/3쯤 마셨을 무렵 토핑이라고 생각했던 덩어리들이 등장한다. 버블티에 버블같은 것들과 단팥이다.

배가 고픈데도 말이 안통해 밥을 먹을 수 없다는 사실에 매우 슬펐는데, 이 음료가 생각보다 배부르다. 배가 차니 급 행복해진다. 맛도 나쁘지 않고, 곰탱이의 도움없이 드디어 먹거리를 사먹었다는 사실에 내 자신이 살짝 기특해진다. 고작 버블티 하나 사마신 것 가지고... ㅋㅋㅋ

이상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