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식당?

팔로군서안사변기념관을 견학(?)한 이후, 곰탱이는 비스한 곳을 하나 더 들를 예정인 듯했는데, 그래서 팔로군서안사변기념관에서 택시를 타고 종루 동쪽까지 이동하였다. 그러다가, 출출하지 않냐며 물어보더니 지나가다가 대뜸 고급스러워 보인다며 어느 식당에 들어 가게 된다. 한자와 함께 "Grandmother family dinner"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 온다. 그래서, 앞으로 이 식당을 할머니식당으로 통칭하기로... 그런데, 이 식당을 샤오짜이 거리의 샤이거 백화점 식당가에서도 본 기억이 난다. 물론, 소심해서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프랜차이즈인 것같다.

이 식당의 장점은 메뉴판에 음식을 화려한 컬러사진으로 만들어 놓았다는 것이다. 종이도 광택지라 그런지 고급지고 모든 음식이 맛있어 보인다. 곰탱이가 특히 이런 메뉴판에 만족하는 듯하다. 늘 그렇듯, 곰탱이가 대부분의 음식을 주문하고, 난 국수종류 하나만 주문해달라고 부탁했는데, 마침 국수종류가 하나 있었다.

음식이 나온 것을 보니 새송이버섯볶음과 삼겹살볶음인 듯하다. 아직 중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향료 등을 세밀하게 구별하지 못하는 나로서는 그냥 중국맛이다라고 표현할 수 밖에 없다. 곰탱이가 의도한 대로 주문이 된 것인지는 약간 의문이다. 사진에서 보는 것과는 조금 달라 보여서 곰탱이가 부족한 중국어로 식당 점원과 뭔가 대화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국수로 나온 것은 꽤나 입에 맞았다. 면은 우리 나라의 칼국수면과 흡사했고, 국물은 그저 중국맛이었다. 난 중국맛을 생각보다 그리 거부감없이 즐길 수 있는 미각을 가지고 있나보다. 다만, 이것은 곰탱이가 주문할 때마다, 항상 '뿌야오샹차이'를 외치며 음식에 고수가 들어가지 않게 해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 지도 모른다.

중국의 음식문화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반주로 맥주를 주문해도 시원한 맥주가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었다. 항상 곰탱이는 시원한 것이 있는 지 물어 보곤 했고, 돌아오는 대답은 대부분 없다라는 것이었다. 맥주는 당연히 시원하게 마시는 음료이며 시원하게 서빙되어 나올 것이라는 상식이 무참히 깨져 버렸다. 이에 대한 내 추측은 이렇다. 기름진 음식과 찬음료를 함께 마시면 배탈이 나게 마련인데, 대부분의 음식이 기름진 중국의 식생활 상 찬음료를 함께 마시지 않는 쪽으로 발전해온 것이 아닐까싶다. 갑자기 몇 년 전 이태원에서 중국식 만두를 먹은 후에 디저트로 녹차빙수를 먹었다가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이렇게 해서 중국의 새로운 프랜차이즈 식당을 하나 알게 되었다. 혹시나, 나중에 중국에 올 일이 생긴다면, 할머니식당을 찾아서 화려한 메뉴판에다가 손가락으로 쩌거를 외칠 생각이다. 그런데, 시안시에만 있는 프랜차이즈는 아니겠지?

이상욱